문제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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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책이다
  • 임영호 칼럼
  • 승인 2016.09.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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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인문학 노트] 책 속에서 길을 찾다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무기력과 체념을 떨치고 일어나 다시 살고 싶다는 의지를 주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이제 성장에 찬성 하느냐, 반대 하느냐를 놓고 편을 가르기보다 지향하여야 할 것과 지양하여야 할 것의 리스트를 작성할 때가 왔다.”

얼마 전 93세에 죽은 레지스탕스 투사이자 사회운동가 스테판 에셀(Stephane Frederic Hessel)과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Edgar Morin)의 『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문제는 정책이다.』서문에 실린 내용이다.

이 책 ‘정치를 사랑하기 위한 13가지 제안서’는 그 어려운 정치가 결국은 정책의 문제이며 그저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 하여 어떻게 행동하여야 하는 가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 제안서는 무지몽매한 정치의 그릇된 흐름을 고발하고자 함이며, 공공의 안녕을 위한 정치적 방향을 언명하고자 함이며,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그 중심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세계화와 탈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하여야 한다. 저자는 프랑스 유럽 그리고 세계는 ‘지구나라’ 라는 하나의 조국으로 지구촌시대의 총체적인 문제들에 직면할 때는 주권을 초월하여 협력해야 하고 각국이 다른 영역에서는 각자의 주권을 철저히 수호하여야 한다며 세계화와 탈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하여 저자는 파괴적인 과학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핵무기의 확산, 맹목적인 성장 지상주의로 인한 이윤경제가 맹위를 떨침으로써 야기되는 불평등의 양산, 인간에 대한 몰이해로 빚어지는 민족적 종교적 갈등 분출, 획일적 방식의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 통제 불능인 세계경제의 양면적 흐름, 국가와 국민을 굴복시키는 금융자본주의 횡포를 경계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13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웰 리빙을 위한 13가지 정책

웰 리빙을 위한 13가지 정책은 자아실현·사랑·우정·공동체의식이 바탕이 되는 『웰 리빙 정책』, 탈 관료화하며 각종 민간 공공기관간의 『연대의 활성화』, 청소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청소년 정책』, 관공서, 공무원 등 사회적 사명을 띤 모든 직업인들의『재 도덕화』, 직장과 노동시간의 유연화와 일부 직업군의 은퇴연령의 차별화, 국가의 기업과 사업에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투자하는 소위 사회투자국가화 등『직장과 일자리정책』, 자본주의 영역을 좁혀가는 사회연대경제와 공정경제, 태양열·풍력·수력 등의 녹색경제, 핵분열 에너지가 아닌 핵융합 에너지의 연구 개발, 금융투기 억제, 일반농가와 유기농의 지원금 확대, 저소득층 가정에 장학금 지급 등『다중 경제개혁-복합경제』, 건강하고 신선한『각종 소비정책』, 루소의 《에밀》에서 언급한 ‘나는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의 원칙에 입각한 『교육개혁』, 우리 인간에게 시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예술 활성화』, 세계화라는 상호 의존적인 국제 정세 속에서 국가의 자치권을 유지하는 『국가정책』, 개인변화와 사회변화의 불가분의 관계를 이해하고 사회 변신을 위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활성화』, 개인의 자유에 입각하는 자유주의 원칙·사회개선에 집중하는 사회주의 원칙·박애정신에 집중하는 공동체주의 원칙·지구와 태양을 우선으로 하는 환경 원칙으로 하는 『쇄신』을 제시하고 있다.

동양철학의 지혜를 흡수하자

동양철학의 지혜로 문명의 공생을 이루자 저자는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15~16세기 유럽의 르네상스가 그리스 철학의 이상을 부흥시킴으로써 새 문명을 창조한 것처럼, 지금 그대로의 서구화를 지속할 것이 아니라 모든 문명의 장점을 집대성하는 인간적 정책을 실현해 가자면서 특히 동양철학의 지혜를 흡수함으로써 문명의 공생이라는 새로운 르네상스 출현에 공헌하자고 제안한다. 유럽 중심의 프랑스적이기에 적용에 한계가 있다.

끝으로 이 책의 저자는 좌파사상의 사회학자들이다. 더군다나 프랑스나 유럽적이다. 여기서 제시한 대안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맞는 것인가 하나하나 따져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교사가 문제인가 학생이 문제인가 교육당국이 문제인가? 나는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리는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

저자는 교육개혁에서 초학제적인 학사과정과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질문하는 인문학을 강조하는데 우리나라 같이‘취업되는 학문’에 치중하는 현실에서 이를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 우리나라는‘진정한 복지국가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질적인 측면에서 아직 부족함이 있다. 유럽국가 복지 지출의 1/3수준인데 저자가 제안한 사회복지를 넘어 사회투자국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불평 등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불평등에 대항하는, 불평등을 뒤엎는 상임위원회설치를 제안하는데 이런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중국의 값싼 농산품에 관세로써 국내 상품을 보호하자는 주장이 현실적인가? 우리의 자유무역 경제정책하고는 맞지 않는다.

현재의 질서보다는 변화를 추구해야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준다. 그런 맥락으로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자유주의 경제체제인 자본주의는 현대사회에 여러 문제점을 낳고 보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어떤 대안을 아직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주의 부정이 사회전체의 부정으로 이어지는 한 이 책의 제안도 현 체제에 대한 작은 대안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다만 점진적으로 지금보다 더 좌쪽으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폭력적 혁명을 지지하는 북한으로 인하여 평등주의가 불온시 되어왔지만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중도 좌파정책의 시각으로 볼 때 우리는 더 변화할 부분이 많다. 바로 이 책이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체념과 무기력에 내 몰린 서민들의 분노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파정권도 보수정당도 이 책이 조금이라도 참고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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