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사랑
상태바
인간에 대한 사랑
  • 임영호 칼럼
  • 승인 2016.09.30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영호 인문학 노트] 책 속에서 길을 찾다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 그래서 사랑이 필요하다

얼마 전 서점에 가서 집어든 책, 제목이 끌려 샀다고 할까.

1855년 톨스토이가 쓴 단편소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이다.

이 소설은 동화 같다. 그러나 어린이 보다는 인생을 살면서 단맛 쓴맛 다본 사람이 읽으면 느낌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가”를 잠시 생각한 적이 있다. 아주 센치하게. 그러나 그것은 내 인생에 잠시 부는 바람에 불과 했다. 사춘기 시절의 객기라 할까. 톨스토이는 인생 후반기인 57세에 이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은 성경책 냄새가 묻어난다. 실은 성서 몇 구절 읽는 것 보다 이 소설 한 권이 주는 여운이 훨씬 크다.

이 소설 내용의 대강은 이렇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 그의 부인 마트료나, 천사 미하일이 등장한다. 천사 미하일이 아이를 갓 낳은 어느 부인의 영혼을 빼앗아 오라고 하느님으로부터 명을 받는다. 남편은 나무에 깔려 죽었고 죽은 지 며칠이 안 돼서 그녀 는 막 쌍둥이를 낳았다. 그녀는 핏덩이인 자식들이 자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제발 제 영혼을 거두어 가지 말라고 애원한다. 그래서 미하일은 하느님 명령을 어겼다. 불쌍해서 도저히 그 여인의 영혼을 데려올 수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 여인의 영혼을 다시 빼앗아 오라고 명하였다.

그래서 세상으로 내려와 그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하느님께 바치려고 하늘로 날다가 바람에 날개가 부딪혀 지상에 떨어지게 되었다.

첫째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진리를 깨달아야 다시 하늘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지상으로 떨어진 미하일은 벌거벗은 몸으로 교회 모퉁이에서 추위에 떨면서 웅크리고 있었다. 이때 시몬이 외상값을 받아 자기가 입을 가죽옷을 만들기 위해 양가죽을 사려고 외출 했으나 외상값을 받지 못해 가죽도 못 사고 한잔 술로 마음을 달래며 집에 오는 길에 천사 미하일을 발견한다. 시몬은 그가 금방 얼어 죽을 것 같아 신고 있던 벨트장화와 입고 있던 외투를 주고서 집으로 데리고 함께 온다. 가죽을 사러 간 사람이 가죽은 커녕 술이나 마시고 이름모를 거지 한 사람까지 달고 왔으니 시몬의 아내 마트료나는 화가 잔뜩 났다.

그러나 시몬이 “마트료나, 당신의 마음에는 하나님이 없소?” 라고 말하자 금방 마음을 바꾸어 겨우 남은 내일 한 끼 먹을 빵과 수프를 내 주고 잠자리를 준비해주고 입을 옷을 내 주었다. 여기서 미하일은 첫 번째 문제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 가”의 해답을 찾는다. 그것은〈사랑〉이다. 그 부부의 따뜻한 마음에서 알았다.

천사 미하일이 그 집에서 일한지 1년이 되던 어느 날, 요란한 방울소리와 함께 마차를 타고 온 신사가 들어왔다. 그는 고급스러운 모피를 걸치고 얼굴엔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났으며 키가 육척 장신이었다.

“자네. 이 가죽으로 일 년 내내 신어도 헤지지 않는 장화를 만들게. 바느질이 뜯어지거나 모양이 변하면 자네를 감옥에 넣어 버릴 걸세”

아주 거만하고 위협적인 말에 시몬은 잔뜩 겁이 났으나 미하일은 걱정 말고 주문을 맡으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신사 뒤에는 죽음의 천사가 서 있었다. 미하일은 두 번째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평소 시몬보다 장화를 더 잘 짓는 미하일이 이상하게도 장화가 아닌 슬리퍼를 만든다. 시몬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얼마 지나 젊은 하인이 주인마님의 심부름을 왔다면서 장화대신에 죽은 사람에게 신겨줄 슬리퍼를 급히 만들어 달라고 했다. 천사 미하일은 기다렸다는 듯이 슬리퍼를 건넨다. 그 요란 떨던 신사는 구두 수선 집을 나올 때 허리 굽히는 것을 잊는 바람에 그만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 마차 안에서 죽었다.

신사는 일 년 후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오늘 저녁까지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람에게 자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능력을 주지 않았다. 미하일은 죽은 신사로부터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다.

다시 세월이 흘렀다. 미하일이 시몬의 집에서 일하게 된지 6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중년의 부인이 쌍둥이 딸을 데리고 구두를 맞추러 왔다.

그들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미하일이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영혼을 거둔 그 부인의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의 생모는 자기가 죽으면 아이들이 살아갈 수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지만 그 이웃집 부인의 손에서 정성껏 길러져 아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다.

미하일은 세 번째 질문에 답을 찾는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알았다. 〈이웃의 사랑〉이다. 그때 천사 미하일의 어깨에 날개가 돋아났고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인간이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는 완전한 존재라면 어떨까?

남의 도움도 사랑도 필요 없을 것이다. 자신만 알고 자신만 사랑하며 살아간다 해도 될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한치 앞도 못 보는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었기에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다운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사랑을 주는 사람이 바로 사람다운 사람, 인간의 향기가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한다. 사랑 대신에 재산과 명예에 대한 탐욕이 가득하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영원한 생명이고 주어지는 것은 죽음이건만 영원히 살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하고 행동하며, 모두가 자신이 잘나서 자기만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믿는 것이 우리 인간군상의 실상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톨스토이는 대문호 이지만 사상가이다.

젊은 시절 삶에 대한 방황과 고민이 많았다. 그는 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한 지방 전체가 자기 땅일 정도로 부유한 귀족이었다. 그러면서도 소유한 토지를 나누어 주고 하인들을 해방시켰으며 학교도 세워 아이들 교육도 시킨 민중의 편인 진보적인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유혹에 못 이겨 방탕하고 사치스런 생활도 했다. 이로 인해 인간과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과 반성을 한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이런 신앙적인 소설을 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도 말했다. “예술은 손끝의 솜씨가 아니다. 그것은 예술가가 겪었던 느낌의 전달이다.”

톨스토이가 자기가 쓴 대부분의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나는 주제어〈청빈과 금욕〉이라는 이상을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혼자만의 삶이 아닌데.... 80이 넘은 나이에 재산 문제로 부인과 싸우고 끝내 가출한 그는 추운겨울 어느 이름 모를 간이역에서 폐렴으로 죽었다. 그도 사람이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가문의 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