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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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호 칼럼
  • 승인 2016.10.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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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인문학 노트] 책 속에서 길을 찾다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한 인간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발견해 내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 한다. 그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여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인격과 마주하는 셈이다.” (P11)

장 지오노 (Jean Giono,1895~1970) 의 소설《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나」는 평범한 여행자들이 그냥 지나치는 알프스 산맥지역 프로방스 지방의 단조로운 산길로 여행을 나선다.

그곳은 해발 1300미터 높이의 고원지대. 야생 라벤더 외에 어느 것도 자라지 않는 황무지. 그는 이 황무지를 사흘을 걸은 뒤 황폐한 마을에 도착하여 야영을 한다. 그 곳은 먹을 물이나 성한 것 하나 없는 버려진 곳이다. 거기서 다섯 시간을 더 걸어 양 30마리를 기르는 양치기를 만난다.

한 인간의 손과 영혼에서 기적이 이루어진다.

그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나이는 쉰다섯으로 아들과 부인이 연달아 죽어 고독 속에서 양들과 개와 더불어 한가롭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가운데 그는 3년 전부터 산주인이 누구인지 아랑 곳 하지 않고 이 산 저 산에 올라 쇠막대기로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도토리를 심었다. 그동안 그가 그 헐벗은 산에 자신을 바쳐 심은 것 만해도 10만 그루나 되었다.

그곳에서 하루를 묵은 「나」는 다음날 헤어진 후 5년간 전쟁터에 나가서 「부피에」의 나무 심는 일을 전혀 생각치 못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다시 그 황무지를 찾았다. 「부피에」는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여전히 나무 심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제는 양조차도 어린 묘목을 해친다고 4마리만 남기고 대신 100여개 벌통을 키웠다. 자기가 전쟁에 나간 5년 전 심은 떡갈나무는 「나」나 「부피에」 보다 키가 더 컸다. 그렇다고 「부피에」는 어떠한 권리주장이나 대가요구도 없었다. 그들은 숲을 산책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아무런 기술적 장비도 지니지 못한 한 인간의 손과 영혼에서 나온 것임을 기억할 때 마다 나는 인간이란 파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하느님처럼 유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P42)

한 사람의 열정이 황무지에 놀라운 기적을 이룬다.

「나」는 1년에 한 번씩 그 곳을 방문했다. 「부피에」는 훌륭하고 고결한 인격과 끈질긴 고집 속에서 나무를 심는 일을 계속해 나갔다. 그곳은 이제 숲이 생겨났고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했으며 자연스럽게 갈대와 버드나무 풀밭과 꽃들도 피어났다. 어느 누구도 우직한 양치기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 지역 산림감시원도 한번은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숲이 위험하니 집밖에서 불을 피워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였다.

버려진 마을에도 귀향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은 마을을 일구어 보리와 호밀 온갖 꽃과 채소들이 자랐다. 이제 그 지역에 이주해온 사람들도 1만 명이 넘었다. 한 사람의 열정이 황무지에 놀라운 기적을 이룬 것이다. 그들 모두 누리는 행복의 빚을 「부피에」에게 지고 있는 것이다.

「부피에」는 89세에 평화롭게 눈을 감는다. 평화롭고 규칙적인 일, 고산지대의 살아있는 공기, 소박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혼의 평화가 이 노인에게 거의 장엄하리만큼 훌륭한 건강을 주었다.

100페이지 남짓한 책을 덮으며 이 양치기의 삶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우리가 세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자기의 존재이유가 되고 행복해질 수 있느냐이다. 「부피에」는 우리에게 거룩한 생각을 품고 꾸준히 하면 어느 누구라도 거룩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한편의 향기롭고 그윽한 묵상자료라 할까? 나는 짧은 시간을 할애하여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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