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판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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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호 칼럼
  • 승인 2016.12.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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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인문학 노트] 책 속에서 길을 찾다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정부의 정책에는 정의가 살고 있는가? 서민이 울고 있는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에세이는 더욱 아니다. 철학 책이다. 그것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정치 철학책이다. 정치 철학 책이 인기가 있다는 것은 이상하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라며 대부분이 고개를 절로절로 흔드는데 베스트셀러라니 기이하다.

2010년에 간행된 이 책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금도 여전히 화제의 책이다. 미국에서 보기 드물게 수십만 부 팔렸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쓴 책인데도 100만부 이상 팔렸으니 이해하기 힘들다. 그만큼 정의에 목말라 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가? 여하튼 어딘가 문제가 있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한마디로 어렵다. 더구나 관련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구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팔렸다고는 하나 제대로 읽은 사람은 내 생각에는 「글쎄올시다」이다.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있는 외국대학교수이다. 미국의 정치학자로 하버드대학에서 ‘justice’ 의 강의로 유명하다. 그동안 「정의론」하면 존 롤스 (John Rawls)의 이론이 보편화 되었을 정도로 정론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1982년〈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여 존 롤스를 넘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정의에 대한 개념은 학자마다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 벤덤(Jeremy Bentham), 밀(John Stuart Mill), 칸트(Immanuel Kant), 존 롤스(John Rawls), 그리고 마이클 샌덜까지 주장하는 바가 각기 다르다.

마이클 샌델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각각의 철학 이론에 따라 시각을 달리 하여 설명한다. 허리케인 피해지역에서의 바가지요금,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운 병사의 상이군인 훈장 수여문제, 2008년 금융 위기 시 지원 받은 금융기관의 상여금 지급 등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도덕적 딜레마를 실감나게 예를 들어 제시하고 독자들에게 도덕적 고민을 안겨준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권리와 의무,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누가 받느냐. 그 사람이 왜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란 이것들을 올바르게 배분한다.

정의를 판단하는 데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행복의 극대화이다. 이는 벤덤의 공리주의(utilitarianism)견해이다. 또 하나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이론이다. 이에는 자유방임주의와 이에 대한 수정론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평등을 옹호하는 공평주의 일파가 있다. 칸트와 존 롤스의 철학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덕적 종교적 이상을 바탕으로 한 좋은 삶·미덕과 연관된 이론이다.

1884년 실제 있었던 일이다. 영국선원 4명이 작은 보트를 탄 채 표류하다가 음식이 바닥나 동료 중 한명인 파커라는 선원을 희생하여 생명을 연장했다. 수량적인 결과로만 보았을 때와 결과를 떠나 기본적 덕목인 인권이 침해되는 것과 충돌한다. 벤덤의 공리주의는 총 이익에서 총 비용을 빼는 이익계산의 단순한 방식이다. 그런데 비하여 자유지상주의는 자기 소유물이라는 논리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심지어 자기생명까지도. 칸트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며 선택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도덕의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한다. 옳은 행동이기 때문에 선택 하고 그래서 도덕적이다. 따라서 칸트에게는 선의의 거짓말조차 부도덕하다.

존 롤스는 자유를 존중하되 그로인한 불평등이 초래되기 때문에 그 이익의 일부를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차등 원칙이라 한다. 재능 있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그 사람이 가진 재능과 소질로 인한 불공정한 분배를 바로 잡는다. 시장에서 거둬들인 대가 중 일부를 공동체 전체에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가장 빠른 주자에게 족쇄를 채우지 말고 최선을 다하여 달리게 하되 우승은 그만의 것이 아니니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롤스를 공동체주의자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는 적합성의 문제이다. 그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으로 무엇을 분배할 것인가 이 분배에 관련된 미덕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텔로스(telos) 즉 목적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악기인 플루트를 나누어 준다고 하자. 누가 최고의 플루트를 가져야 하는가. 최고의 플루트 연주자가 가져야 한다. 플루트의 목적은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이것이 정답이다’, ‘저것이 정답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으로 말한다.

그러면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치를 위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 즉 사회 연대와 상호 책임의식·희생과 봉사정신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정치담론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역을 공론화할 것과 시민연대의식을 약화시키는 빈부의 격차 문제를 제기하고 국가가 도덕에 기초하는 정치를 할 것을 주문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 흔한 말「정의」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이클 샌덜은 독자들이 기대하는 데로 화끈하고 명확하게 ‘이게 정의다’라고 결론을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저런 이론과 이 시각, 저 시각으로 저자가 말해서인지 더 혼란스럽다. 하긴 철학에 있어서는 어떤 이론도, 어떤 시각도,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동의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한 마디로 정답이 없다. 결국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우리들에게 생각의 틀을 크게 하면서 정의에 대한 시각으로 정책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면 그것이 공이면 공이다.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너무나 양극화되었고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있다. 골목에는 서민들의 슈퍼 대신에 대기업의 대형 할인마트가 점령하고 있고, 겨우 입에 풀칠만 하게 쥐어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횡포가 젊은 부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으며, 중소기업에 대하여 착취에 가까운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울러 비정규직을 소외시키는 대기업 귀족 노조의 목소리가 훨씬 큰 우리 사회 현실이 서민들이 살아가기에는 어딘가 살벌하고 팍팍하고 앞날이 컴컴하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 공정하고 바른 사회를 우리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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