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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없다[임영호 인문학 노트] 책 속에서 길을 찾다
임영호 칼럼 | 승인 2017.02.03 11:43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꼽으라면 당연 프랭클린 델러노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1882,1.30~1945,4.12)이다. 전기 작가로 명성을 날린 앨런 액슬로드(Alan Axelrod)는 루즈벨트의 공식적인 연설이나 발표문을 분석하여 《불굴의 CEO 루즈벨트, 두려움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그의 14가지 리더십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39세 늦은 나이에 닥친 소아마비라는 개인적인 고통, 1930년대 유럽과 미국을 휩쓴 대공황이라는 경제적 재앙, 독일·이태리·일본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난관을 헤치고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를 만들어 냈다.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국에서 유일하게 4선 대통령을 역임한 그에게는 남다른 리더십이 있었다. 당시의 사정은 세계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1933 3 4, 취임식 날은 1500만 명의 실업자, 은행 및 금융기관 파산 등 도산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루즈벨트는 취임사에서막연하고 이유도 없고 정당하지 않은 두려움이야말로, 후퇴를 전진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루즈벨트는 무엇보다도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루즈벨트는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자체입니다.” 라고 말하며 국민이 곤경에 처했을 때, 솔직하고 용기 있는 리더십이 항상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었다는 것을 알았다.

루즈벨트 대통령은라디오 스타였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당시 새로운 매체였던 라디오를 통하여 노변정담(爐邊情談, FiresideChat)이라는 형식으로 국민과 대화를 하였다. 대통령은 화롯가에서 정담을 나누듯 허물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현안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였다. 가족과 함께 가장 많이 있는 시간인 일요일 저녁, 국민들이 관심이 많은 주제 하나를 선택하여 15분내지 20분정도 진행하였다. 그는 정말 라디오 DJ처럼 미소가 떠오르는 부드럽고 친근한 목소리,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경쾌한 몸짓으로,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전망을 담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루즈벨트는 유럽에서의 전쟁이 미국 대륙까지 퍼질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미국의 공화당은 자국의 이익이나 안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타국과 동맹관계를 맺지 않고 개입을 꺼리는 외교정책인 고립주의(孤立主義·Isolationism)를 주창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즈벨트는 동아시아에서의 일본과 유럽의 히틀러·무솔리니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라디오로 그는 고립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막강한 의회의 힘을 극복했다. 그것도 아주 단순하고 쉽게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것 봐... 친구들... 옆집에 불이 났거든. 그런데, 그냥 내버려두면 이불이 우리 집까지 옮겨 붙을 수가 있어... 일단 우리 집 호수로 불을 꺼야 하는 것 아냐? 일단 호수를 빌려 주자고... ”

루즈벨트는 천연덕스럽게 미국이 이 전쟁에 참전해야 할 이유와 목적을 설명했다. “불났으니까 불을 끄는 호스를 빌려주자는 표현은 실제로는 무기를 대 주고 군대를 보내자는 말이다. 루즈벨트는 국민에게 아주 쉽게 일본과 독일의 전쟁광들을 막아내야 미국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며 참전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결코소집령이나징집령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민에게 지지를 부탁했다.

루즈벨트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자이다

루스벨트는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화술의 대가이다. 그는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쉬운 말로 그림을 그리듯 비유를 써서 이해하기 쉽게 정직하고 명확하게 털어놓고 설명했다. 44 6월 로마가 연합군 수중에 들어오자 루스벨트는하나는 잡았고 둘 남았습니다.” 라고 국민에게 말했다. 당시 주된 적국인 독일·이탈리아·일본 중 이탈리아를 항복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 국민의 언어로 말했다. 그래야 국민들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위기상황인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고 그 정보를 기초로 국민들이 하고자 하는 결정과 행동하려는 의욕이 생긴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긍정적인 내용이 부정적인 내용을 압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국민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기적에 대한 환상, 거짓된 희망을 심어 주려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는 현실이 뒷받침해 주었다. 신뢰받는 리더의 말은 찍어낸 화폐와 같다.

루즈벨트는 남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는 공감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1943년 봄 전쟁 중에 광산파업이 일어났다. 그래서 군수물자 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그는 노동자들을 비난하거나 책망하지 않았다. 루즈벨트는 의도적으로 자극하기 보다는 가야할 방향으로 안내하는 편을 택했다. 그는 강요 대신 호소를 했다. 광부들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와 생각을 능가하는 가치 관념으로 호소했다. 루즈벨트는 애국심이라는 추상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내세웠다. 그리고 이제 파업결정이 독단적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며칠 동안의 사건들을 열거한 후에 광부들이 직접적인 현실로 느낄만한 문제로 옮겨갔다.

“우리는 전쟁 중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들은 전쟁터에서 싸우고 여러분은 생산라인에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작은 실패가 전쟁터에서의 큰 희생 큰 패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루즈벨트는 파업하는 광부들에게 국가의 목표가 매우 현실적이고 그들의 일이 온 국민과 직접 관련된 일이라는 사실을 내보였다. 국가의 목표를 위한 부단한 노력은 전쟁터에서 싸우는 그들 광부의 아들들을 위해 필수적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그들이 해온 노력과 희생이 허사가 되지 않게 하는 일이므로 광부들 자신의 노력과 희생과도 맞물려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루즈벨트는 강제적이고 위협적인 어조가 아니라 도의적 양심에 호소하는 권고 분위기로 노변담화를 매듭짓는다.

“내일은 광산 위로 성조기가 휘날릴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모든 광부들이 그 깃발아래서 일하고 있기를 희망합니다.”

루즈벨트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 대개 전임자의 이임식과 취임식은 별도로 하고 이임식은 조촐하게 하고 취임식은 거창하게 한다. 루즈벨트는 취임식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취임식을 전임자의 이임식을 위한 행사로 하였다. 전임자의 노고를 인정하고 공로를 칭찬했다.

루즈벨트는 혁신적인 리더였다. 간혹 급진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자신은 항상 혁신과 급진을 신중하게 구별했다. 급진은 과거를 전면 부인하나 혁신은 전에 쌓아 놓은 토대위에 쌓아 올리는 일이다. 그는 너무 큰 변화는 국민의 위기감을 심화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낯익은 틀, 헌법과 자유 민주주의적 전통 안에서 필요한 변화를 규명해내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의 신용을 관리해야 한다.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자신의 정책에 호의적인 법관으로 대법원을 채우려 했을 때 일부에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그는 자신이 여태껏 보여 온 윤리의식과 성실성을 내세워 이 비난을 무마시켰다. 윤리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과거, 성실성 하나는 믿을 만하다는 평판 이 두가지는 어느 리더에게나 중요하다. 루즈벨트는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켰다. 1941년 일본의 공격으로 필리핀에서 물러난 미국이반드시 돌아올 것이다고 말한 것을 1944 10월 필리핀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그때의 약속을 지켰다.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시킬 때 증거가 있다면 더 쉽다. 그런데 리더가 서있는 여론 법정에서는 리더의 성품, 평판, 지난 시절의 기록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느낌이 많다. 우리는 늘 위험과 위기, 불안과 상실을 접하고 산다. 우리가 이것을 두려움과 두려움으로 인한 또 다른 공포로 느낄 때는 심각한 해악으로 남는다. 오히려역경은 다른 옷으로 갈아 입을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인생과 경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는 미국사회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갔던 9.11 테러가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현실과 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운명적 상황에서 두려움을 떨쳐내고 일어서야 할 국가적 필요성이 있었다. 그 역사적 적임자로 루스벨트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도 경기침체와 국론분열, 북한과 주변 열강들의 위협 등으로 최근 불안과 두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우리에게도 이 책이 주는 가르침은 크다.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솔직하고 용기 있는 리더십이 그립다. 리더십의 진정한 힘은 거기에 서 나온다.

“인류가 겪는 사건에는 신비로운 주기가 있습니다. 어떤 세대에게는 많은 것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또 어떤 세대에게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미국의 지금 이 세대는 이 운명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1936,민주당 전당대회

임영호 칼럼  bsn@bs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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