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이기는 고소한 맛 ‘미숫가루와 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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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이기는 고소한 맛 ‘미숫가루와 당고’
  • 윤여정 기자
  • 승인 2019.06.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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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맛집] 대전 동구 대동 ‘구모카페’

우송대에서 멀지 않은 대전 동구 대동오거리 인근에 ‘GUMO CAFE’란 조그만 간판을 단 이색 카페가 어슴푸레한 저녁 노란 불빛으로 아늑함으로 반긴다. 아직은 살갗을 스치는 밤공기가 차갑다.

이 근방에서 태어난 나는 예전 향수로 가득한 동네이다 보니 ‘대동’이란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자주 다니던 주택가 골목에 카페 등 새로운 퓨전식당들도 꽤나 생겨나기도 했다.

카페 입구에는 풍금이 오랜 세월 떠돌다 지치고 헤져, 장승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새 주인을 만났지만, 지금은 밖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이리저리 그 세월의 속내는 어떠했을까?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렸을 그 풍금의 속앓이는 푸르게 익어가는 초여름 밤에 학창시절의 공간으로 이끈다.

아직도 내가 30년이 넘은 피아노를 버리지 못하고 곁에 두는 이유는 공부시간보다 더 애정을 주며 묻은 나의 체취가 사라질까 아쉽고 아련해서이다. 이제는 몇 개의 건반은 눌러도 한음을 채워내지 못하지만, 나의 오랜 연인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페 입구의 풍금으로 시작된 작은 추억은 시원한 미숫가루로 이어진다. 앞으로 다가올 무더위도 슬슬 걱정이 되는 요즈음, 아무래도 차가운 음료가 당긴다. 오래전에는 여름이면 집에 미숫가루가 떨어지는 날이 없기도 했다.

미숫가루는 쪄서 말린 쌀가루나 보릿가루를 뜻하는 ‘미시’와 ‘가루’가 합쳐진 말이다. 미시 자체가 쪄서 말린 가루를 뜻하므로 미숫가루는 가루라는 같은 말이 중복된 것으로, 흔히 ‘닭도리탕’이나 ‘역전앞’으로 쓰는 경우와 맥락을 같이한다.

미숫가루와 곁들이면 좋은 경단은 동글동글한 모양이 구슬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모양이나 맛이 특이해 예로부터 즐겨먹던 민족음식의 하나다. 물에 삶아낸 것이라 말랑말랑하여 먹기도 좋아 미숫가루와 간식으로도 그만이다.

경단은 콩팥·녹두·참깨·밤·대추·석이버섯·송화가루 등 여러 가지 재료로 고물을 만들어 묻히는데 따라 서로 다른 맛과 색깔을 낸다. 사용하는 고물에 따라 팥경단·깨경단·밤경단 등으로 이름을 달리 부른다. 아기돌이나 백일에 팥고물을 묻힌 수수경단은 지금도 액막이 의 풍습으로 상차림 에 빠져서는 안 돼는 음식중 하나로 여겨진다.

일본도 우리 경단과 비슷한 음식이 있다. 바로 ‘당고’인데, 만드는 재료는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동글동글한 모양새는 너무나 닮아있다.

‘구모카페’는 한켠에 드립커피 만드는 공간과 책들이 놓이고, 그 안쪽으로 달랑 3개의 테이블과 나홀로 의자 4개가 마련돼 있는 작은 카페다. 테이블이 너무 가까워 옆 테이블 대화가 여과 없이 들리는 다소의 불편함이 있기도 하지만, 이동식 작은 화로에 일본식 ‘당고’를 얹어 구워 먹는 재미와 작고 예쁜 주전자에 미숫가루와 얼음이 섞여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어우러져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으로 충분하다 하겠다.

커피는 머신이 아닌 직접 내리는 드립커피만 제공된다.

● 상호 : 구모카페

● 주소 : 대전 동구 대동 201-10

● 전번 : 042-623-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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