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이방인에서 친구로… 한국 엄마들과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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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이방인에서 친구로… 한국 엄마들과의 여행
  • 니시무라 미키(일본)
  • 승인 2019.09.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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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2)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결혼한 지 13년이 된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의 첫째 딸은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엄마보다 키도 크고 한국말도 세상 누구보다 잘하는 믿음직한 큰 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딸이 철없고 누구보다도 장난기가 많은 1학년 때로 돌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습니다. 저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입학식을 맞이했고, 어린 딸 손에 이끌려 교실 문을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저는 무슨 안경을 쓴 듯 단지 쳐다보는 눈빛이 째려보는 눈빛으로만 느껴져 순간 ‘엄마가 일본사람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면 어떡하지?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공부를 못한다고 손가락질을 당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끝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걱정거리만으로 딸 앞에서 약해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정말 무서웠지만 저는 용기를 내어 1학년 엄마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저의 딸의 반 엄마들은 다 적극적이고 단합이 잘 맞아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만나고 느꼈던 것은 나라가 틀려도 좋은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은 똑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저에게는 둘째라는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고 술을 못 먹는 저한테는 저녁에 갓난 애기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둘째딸이 백일이 지나고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쉬었던 터라 한국 엄마들만 아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져 저는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모임에 계속 나가도 될까라는 생각을 할 때쯤 한국 엄마들이 ‘다음 달에도 또 봐요’라며 저한테 해 준 말 때문에 저는 6년을 더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때만큼은 그 엄마들이 한국 엄마들이 아닌 제 친구로 느껴졌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어 다들 학원가기에 바빠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엄마들을 위한 모임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저희는 어느덧 장수모임이 되었습니다. 장수모임으로 불릴 만큼 저희의 관계도 돈독해졌고 초등학교 생활도 거의 막바지라 졸업 기념으로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일본 이야기가 나와 오사카로 가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둘째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친정 엄마 아빠가 봐주신다고 해서 오랜만에 저의 자유로운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바쁜 와중에 출발하는 날 직전까지 만나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실 계획은 혼자 짜도 되지만 엄마들이 도와주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여행은 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계획을 세울 때는 더욱 더 설레고 기대감 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일본 여행가는 분들한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저렴한 숙소가 있습니까?”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외국에서 오는 손님이 한국에서 저렴하고 좋은 숙소를 소개해 달라고, 그것도 대전이 아니라 서울이나 부산 같은 수도권 도시에서라고 하면 어려우시죠?

그래서 저는 엄마들에게 언어 쪽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가고 싶은 곳만 이야기 해 주면 스케줄은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일본 사람인 저는 절대로 못 찾는 좋은 숙소를 엄마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한국 엄마들은 정말 적극적으로 실행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우리의 3박 4일 일본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사카 공항에 도착하니까 저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시고 딸들과 바로 헤어져 우리는 기차를 타고 숙소까지 갔습니다. 오사카는 제가 대학생활을, 또 직장생활을 한 곳이었지만 제가 알고 있는 오사카와는 너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인구가 많아지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저도 한국인들하고 있어서인지 점원들이 한국말로 말을 걸고 외국인이라서 잘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반면에 충분히 설명도 하지 않고 무시하는 분도 있고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멤버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안 갔을 법한 일본 전통 문화 기모노 체험 같은 것도 했고 온천도 가고 피곤한 것도 모르고 밤늦게까지 숙소에서 수다도 떨고 지금 생각해도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남편은 뭐가 좋았어? 스시 맛있게 먹었어? 라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애들 없이 다닌 자유로운 여행? 오랜만에 먹은 고향 음식? 아닙니다. 저는 마음 좋은 사람들하고 지낸 시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3박 4일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이 걸었고 식당에서도 많이 기다렸습니다. 어떨 때는 일정대로 관광을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 과 아이들은 ‘피곤하다 힘들다’라는 부정적인 말 대신 미소, 웃음으로 답해주었습니다. 지금도 이 모임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이라는 타국에 와서 매일매일 걱정이 앞서는 저 같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요. 또 두려워하지 말라고요. 저희들 곁에는 언제나 친구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게 모국의 친구든 타국의 친구든 말이죠.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 있게 말하세요. 자신감을 가지면 꼭 먼저 다가와 줄 것입니다. 제가 일본여행을 같이한 한국 엄마들! 아니 한국 친구들! 같은 친구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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