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어머낫! 내 청바지는 왜 벗겨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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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어머낫! 내 청바지는 왜 벗겨가는 거야?
  • 이누온(캄보디아)
  • 승인 2019.10.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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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9)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혼인 비중은 8.3%에 달하고 있으며, 다문화 출생의 비중도 5.2%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문화 인구 역시 이미 100만 명을 넘어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적응에 대한 일방적 강요보다는 상호 동반자적인 관계가 절실해진 이유입니다.

이에 밥상뉴스에서는 대전시 비영리자원봉사단체인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 시리즈를 마련하고, 그들의 삶과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기고자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사진은 게재하지 않으니 이해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캄보디아에서 온 이누온이라고 해요.

저는 결혼정보업체에서 남편을 만났어요. 남편하고 처음 만났을 때 많이 떨리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처음 만난 남자임에도 남편이 엄청 좋았고 실제 남편이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내 눈에는 엄청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로 보였어요.

남편이랑 결혼사진 찍으며 결혼식을 올린 며칠 후 남편은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저는 캄보디아에 남아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해야 되는데 저는 돈이 없어서 학원에 다니지 못하고 책을 사서 혼자 배워야 했습니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한사랑 대회서 ‘한국 시어머니들은 외국인 며느리 시집살이 엄청 강하게 시키고, 한국 남자들은 술만 마시면 욕하고 때리며, 한국에 데리고 가서 농사일만 시킨다’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나는 불안하고 무서웠습니다. 저는 캄보디아 시골에 살만큼 살았고 농사도 지을 만큼 지었는데 한국에 가서도 시골에 살기는 싫었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하는 말이 진짜일까?’, ‘한국에 갔는데 남편이 그런 사람이면 어떡하지?’

저는 시골에서 자라 모르는 부분이 많아 불안하고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래도 한국에 가야된다고 했습니다. “왜냐고요? 결혼했으니까!” 저희 부모님 말씀이 여자는 한 번 시집을 가면 끝이라고, 두 번 못한다고 했어요. 말이 안통해도 결혼했으니 남편을 믿고 한국에 가야된다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는 날이 다가왔어요. 비행기 타기 전날 친언니와 함께 시장에 가서 높은 구두와 청바지, 화장품을 샀습니다. 머리도 했습니다. 한국에 갈 때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요.

한국에 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밤 11시 출발하는 비행기였는데 저는 전날 밤이 새도록 한숨도 못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준비하고 오후 4시 친척들, 엄마, 아빠와 함께 공항으로 출발하여 공항에서 가족들과 ‘빠이~ 빠이~’ 인사를 하고 비행기에 탑승할 때도 울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피곤이 몰려와 계속 잠만 자다가 입국수속을 위한 카드작성도 못하여 뒤늦게 카드작성법과 공항 안에서 가방 찾는 법을 몰라 3시간 이상 여권과 오로지 남편 전화번호만 가지고 왔다갔다 했습니다. 마지막 사람까지 다 나가고 전 혼자만 남은 것 같았습니다. 공항에서 나가는 법도 모르니 내 마음은 더 불안했습니다.

그 때 마침 한국직원을 보고 도움을 청하러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아 남편 전화번호만 보여줬더니 그 직원이 남편에게 전화 연락하여 저를 공항에서 데리고 나갔습니다.(저 좀 똑똑하죠?)

공항에서 나와 남편과 시동생, 시어머니를 만났는데 제일 무서운 게 시어머니 인상이었어요.ㅋㅋㅋ (시어머니 아시면 화나시겠다!) 시댁가족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어머님은 말도 별로 없고 잘 웃으시지도 않으셨어요. 공항에서 많이 기다리셔서 화가 나셨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일이 생겼습니다. 남편이 공항에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에게 입고 있는 청바지를 벗으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러지?’ 하며 청바지를 벗어주니 남편이 청바지를 가지고 나가서 15분 뒤에 돌아왔습니다. 바지 길이가 짧아져 있었습니다. 내게 말도 없이 내 바지를 잘라서 가져 온 거지요. 내가 시장에서 사서 딱 한번 밖에 못 입어 봤는데. 엉엉엉~ 그 바지는 길이가 길어 높은 구두 신으면 완전 내 스타일인데.ㅠㅠ

한참 나중에 남편에게 그 때의 일을 물어보니 남편은 캄보디아에선 바지 길이 잘라주는 곳이 없는 줄 알고 본인이 잘라주었던 거래요. ㅋㅋㅋ

그리고 우리 시어머님은요 저희랑 지금까지 같이 사시는데요 처음에만 좀 무서웠고 지금까지 엄청 좋으신 시어머님이세요. 저는 이렇게 한국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행복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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