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사를 짓는다는 것, 그 몰입과 가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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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사를 짓는다는 것, 그 몰입과 가치에 대해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19.10.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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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행정고시, 구청장, 국회의원, 공기관 임원, 교수까지, 평생 변화무쌍한 삶을 개척해온 그는 2019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동대전농협 조합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인생의 결실을 거두고 다시 흙으로 돌아온 그.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다른 열매를 위한 새로운 싹도 틔웠다. 초보 농군의 길에 들어선 임영호 조합장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들춰본다.

 

우리 조합은 주 활동무대가 농촌보다 도시이다. 조합원 중에서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은 전체 조합원 중 10% 남짓하다. 도시에서 전업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무엇보다도 남자의 성실함과 정직한 인격이 첫째이다. 그런 다음 부인이 남편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 고된 일을 자기 일처럼 함께 열심히 하는 것이다.

나는 나이가 먹어 이것저것 경험한 지금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20대일 때 농사는 그저 힘든 일이고, 돈도 되지 않은 일로 치부했다.

우리 조합원들 중에는 해가 뜨면 집 근처 밭에 나가 온종일 부부가 함께 일하고, 해가 지면 함께 집에 들어와 하루 일과를 마치는 부부들이 있다. 특히 그 부인들은 힘든 농사일을 조용히 잘 도와준다.

톨스토이(1828~1910)는 《안나 카레니나》의 서문에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고 썼다. 《안나 카레니나》는 보통 주인공 안나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지옥을 향하는 여인 안나와 정반대로 천국을 향하는 농부 레빈 이야기이다.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 소피아.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 소피아.

톨스토이는 농촌을 순수한 땀의 가치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그렸다. 귀족 농부 레빈은 한 여인을 사모하여 그녀에게 청혼했으나, 젊은 도시 귀족 브론스키에게 마음을 둔 그녀는 거절한다. 레빈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귀촌하여 농부들과 함께 힘들지만 열심히 일했다.

“가장 더울 때였지만 풀베기가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온몸에 흐른 땀이 시원함을 느끼게 하고, 등과 머리와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팔에 쏟아지는 태양은 노동에 단단함과 끈기를 더해주는 듯했다. 무아의 순간이 점점 더 자주 찾아왔고, 그럴 때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낫이 저절로 풀을 벴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 톨스토이는 정말 농사를 체험했구나.” 나 역시 가장 몰입도가 높은 것은 채소밭에서 일할 때이다. 몸이 아무리 아파도 밭에서 일할 때는 아픔을 잊는다. 또한 힘들게 일하고 막걸리 한잔하면서 취하는 휴식은 꿀맛이다. 행복하다. 육체노동이 정신적인 삶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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