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송승헌 만나러 왔다가 남편을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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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송승헌 만나러 왔다가 남편을 만났어요”
  • 왕여리(중국)
  • 승인 2019.10.2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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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19)

안녕하세요? 저는 귀여운 6살 아기 조아유의 예쁜 엄마 왕여리라고 합니다. 저는 실크와 녹차가 유명한 중국 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부유하고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때 ‘가을동화’라는 드라마를 보고 신세계를 발견하듯 한국이라는 나라가 처음 알게 됐고, 그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배우면 배울수록 ‘더 매력에 빠져버려서 안되겠다, 직접 유학을 가야겠다, 그리고 잘 생긴 남자배우 송승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을 설득해서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요. 그로 인해 제 삶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불리는 한국은 새로운 저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저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왜 한국에 왔니?” 그럼 그땐 저는 부끄러워하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송승헌 때문에 왔어요.” 당시 그 드라마는 겨울연가와 함께 중국 대륙을 떠들썩하게 했고 저는 그중 송승헌에게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너무 멋있지 않아요?

원래 중국에서 1년 정도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한국에 와서 완전히 벙어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더욱 화나는 것은 선생님의 말을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어떤 숙제를 해야 하는지 몰랐고 숙제 검사 시간에 해오지 않은 사람이 저뿐이었습니다. 반 친구들이 저를 엄청 무시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결심했습니다. 반드시 지금의 이 상황을 벗어나서 너희들처럼 할 거야. 아니 너희들보다 더 잘할거야!

꼬박 3개월을 저는 매일 교실, 식당, 기숙사 이 세 군데만 돌아다니면서 바쁜 생활을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3개월의 노력을 통해 저는 유일하게 한국어 고급시험을 볼 수 있는 실력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믿지 못한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제 생활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저와 친해지고 싶어 했고 저와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친구들이 처음으로 저를 데리고 교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때 친구들을 따라 학교 밖으로 나간 것이 제가 한국에 온지 3개월 만에 학교 교문을 나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교문 밖의 세상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정말로 그때부터 저는 진정한 한국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충남대 언어교육원에서 친절한 한국어 선생님들의 도움을 통해 빠른 시일 내 한국생활을 적응했고 더욱 분발해서 좋은 성적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승승장구하면서 즐겁게 살았는데요. 사람들이 또 저에게 “지금의 남편을 어떻게 만났니?”라고 물어봤는데 정말로 드라마틱하게 “우연히 만났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지금부터 남편하고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학교 다닐 때였는데요. 친구의 부탁을 받아 자기가 일하는 식당에서 며칠만 도와 달라고 해서 제가 흔쾌히 ‘OK’ 했고 신나게 도와줬습니다. 그 어느 날 지금의 남편이 선배들이랑 식당에 들어왔습니다. 그 때 좀 늦은 저녁이었는데 보니까 술이 다 취한 상태였고 솔직히 첫인상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게다가 그 일행 중에 어떤 아저씨가 저한테 욕하더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저한테 계속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더라고요. 그리고 2G폰을 꺼내면서 연락처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너무 싫었기 때문에 계속 거절했는데 그 귀찮은 사람이 계속 끊임없이 사과하고 연락처 달라고 다음에 연락드린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연락처를 줘 버렸어요.

그날 후 계속 귀찮게 문자가 오고 전화가 왔습니다. 정말 너무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답장도 안했고 모든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매일 문자오고 전화 왔습니다. 제가 마지막에 사실대로 얘기를 털어놨습니다. 저는 중국유학생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다. 제 엄마가 저한테 신신당부하면서 절대로 외국인이랑 사귀면 안 된다고 하셔서 그만 연락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 사실에 너무 놀라서 한동안 연락이 안 왔습니다. ‘다행이다.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알아서 연락이 안 오겠지’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어요.

정말 인연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용하게 잊혀가는 도중에 제 핸드폰이 고장 나서 새 걸로 바꾸고 친구연락처를 일일이 입력하려고 했는데 그 많은 연락처 중에 유독 그 싫어했던 사람의 번호만 입력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안부문자가 돌렸는데 그 사람만 답장이 왔더라고요. 아주 뜻밖에 기나긴 감동적인 문자가 왔더라고요. 그때부터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습니다.

알고 보니 저랑 동갑이고 학교학생이고 아주 성실하고 착한 친구였더라고요. 일부러 네이비게이션에서도 나오지 않은 외국인기숙사까지 직접 찾아와 사과한다고 해서 저도 미안한 마음으로 한 번 사과할 기회를 주자. 이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굉장한 진심을 보여주면서 첫 데이트를 신청하더라고요.

크게 기대하면서 아침 점심을 굶었습니다. 비싼 스테이크를 사주겠지 하면서 갔더니 동네 크리스피도우넛 빵집에 가더라고요. Oh My God!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데. ‘이게 뭐지? 안 되겠다, 그만 만나야겠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하고 연애 못하겠다!’ 그래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빵 먹고 트림했습니다. 속으로 ‘이렇게 하면 나를 싫어하겠지? 연락 안 오겠지?’.

그런데 지금 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제 예쁜 딸 아빠가 되고 제 인생에 없으면 안 되는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인연은 참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사소한 일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모든지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제 모든 취향에 맞게 행동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항상 상의하면서 해결해주고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 잘해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결혼하고 나서 더욱더 가정적이고 더 많이 희생하고 있습니다.

연애할 때 저의 한 마디 한 마디 다 열심히 듣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변해가더라고요. 남편이 저를 처음에 친구들한테 소개시킬 때 친구들이 “좋겠다. 공짜로 중국어 배우겠네!”했더니 남편이 몰래 중국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물어봤더니 자기가 “친구들이 하는 말이 너무 싫었다. 단순히 너를 사랑해서 사귀었는데 너를 이용해서 중국어를 배우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정말 크게 진심을 느꼈고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사소한 감동들이 너무나 많아서 제가 여기서 짧은 시간 안에 다 표현 못 할 만큼입니다. 여기서 너무 남편 자랑하고 있네요!

남편뿐만 아니라 제가 더 존경스러운 시어머님 얘기를 빠질 수 없죠. 저의 시어머님께서는 참 아름다우시고 지혜로우신 분입니다. 연애할 때 남편이 자기 부모님을 소개해주겠다고 했을 때 엄청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남편보다 더 섬세하시고 마음이 넓은 분이시더라고요. 유학생활이 어려운 게 없는지 불편한 게 없는지 자기 아들이 잘해주는지. 너무나 마음이 따뜻한 분이십니다. 제가 어머님을 만나고 나서 그 사람이랑 결혼안하면 평생 후회하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큰 마음을 먹고 중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한테 한국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저를 너무 사랑하신 부모님의 결사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를 집에 데려갔더니 말하기도 전에 아빠의 눈빛에 벌써 허락하신다는 신호를 받았고 엄마는 말로만 싫다는데 같이 있는 동안에 저보다 더 잘 챙겨 주시더라고요. 기적같이 모든 친척들도 말이 안 통하는 남편을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나중에 물어봤더니 다 하나같이 이유는 모르겠고 대단히 괜찮은 사람 같다고 했습니다.

충남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순조롭게 결혼하게 되었는데요. 결혼 앞두고 우리 시어머님께서는 중국에 관련된 책들이 열심히 읽으시더라고요. 평소에도 독서를 좋아하시니 별 신경을 안 썼습니다. 나중에 어머님 친구 분에게 들었는데 그 당시에 어머님이 ‘중국인 며느리하고 더 친해지고 외국인 며느리의 정서, 문화, 습관을 더 이해하시려고 일부러 공부하신 거다.’ 정말 그 순간에 제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부족한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시니. 한 가족이 돼서 저야말로 행복하고 행운이 넘쳤습니다.

한국음식을 못해도 상관없다. 배우고 싶으면 같이 요리학원에 다니자 하시고. 가족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이든 좋은 주방용품이든 좋은 생활습관이든 모두 다 같이 배우러 다녔습니다. 고부갈등이 심한 한국사회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죠! 같이 다니는 곳마다 아줌마들이 친 모녀라고 오해받을 정도로 사이가 좋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 항상 먼저 저의 입장에서 생각하시고 이해하시고 기분 좋게 오해를 풀으셨습니다.

남편한테 들은 얘긴데 우리 어머님이 어렸을 때부터 자녀교육 할 때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 아내한테 무조건 잘해 줘야 한다. 고부갈등이 있더라도 아내 편을 들어야 한다 하셨다니, 우와 참으로 훌륭하신 시어머님 아니세요?

제가 정말 복이 터진 사람인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도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랐고 제 호기심 덕분에 한국에 왔고 학교에서도 교수님들의 사랑을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결혼 생활에서도 천사 같은 남편을 만났고 하나님 같은 시어머님을 얻었고 사랑스럽고 똑똑한 아이를 가졌고 참 복이 많은 예쁜 외국인 며느리죠.

이 모든 걸 감사하고 더 예쁜 마음으로 가정에 충실하고 다문화 자녀교육도 잘 하고 시부모 효도도 잘 해드리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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