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사를 지으며 버려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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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사를 지으며 버려야 할 것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19.12.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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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행정고시, 구청장, 국회의원, 공기관 임원, 교수까지, 평생 변화무쌍한 삶을 개척해온 그는 2019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동대전농협 조합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인생의 결실을 거두고 다시 흙으로 돌아온 그.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다른 열매를 위한 새로운 싹도 틔웠다. 초보 농군의 길에 들어선 임영호 조합장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들춰본다.

 

이제 12월이다. 한 해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반추하면서 내년도에 희망을 걸어본다. 우리 조합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올해는 복숭아 수확이 별로였다. 포도는 그것보다 조금 나은 것 같다.

조합원들은 농약에 대하여 예민하다. 올해부터 출하 과일에 대한 농약 검사를 했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 불안한 나머지 해충에 대한 방제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특히 탄저병 피해가 컸다.

농업기술센터 전문가에 물어보니 요즘 농약은 친환경적이라 3일이 지나면 해롭지 않다고 한다. 출하 5일 전에 농약 살포를 하지 않으면 농약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된다.

농부의 마음은 무엇을 하든 늘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자신감이 없다. 남이 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냥 따라간다. 나는 감자를 심을 때 눈이 위로 향하여 심는 것인지 아래로 향하게 심는 것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각자 주장하는 것이 다르다. 퇴비나 비료, 농약을 줄 때도 남의 말이나 하는 행동을 보고 지나치기가 십상이다.

인간이 하는 행위는 사실 어떤 것이든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기준에 영향을 받거나 그것을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 결과 항상 혼돈에 빠진다.

농사지을 때도 위기가 찾아온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지을 때가 더 낫다. 조금 지나면 남의 것이 보이고, 욕심이 생기고, 자기도 모르게 한눈을 팔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가 될 때 자유롭다. 완벽한 예술을 만드는 것은 남들의 인정과 갈채가 아니고 스스로 완벽하고자 하는 투쟁이고 연습이다.

나 같은 초보 농사꾼은 긴 겨울 동안 자신만의 침묵과 성찰로 한 해를 되돌아보는 거룩한 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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