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겨울 시비(施肥)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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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겨울 시비(施肥)가 필요한 이유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19.12.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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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행정고시, 구청장, 국회의원, 공기관 임원, 교수까지, 평생 변화무쌍한 삶을 개척해온 그는 2019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동대전농협 조합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인생의 결실을 거두고 다시 흙으로 돌아온 그.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다른 열매를 위한 새로운 싹도 틔웠다. 초보 농군의 길에 들어선 임영호 조합장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들춰본다.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리 즐겁지 않을 것이다. 거리의 가로수는 이제 옷을 벗고 벌거숭이로 점차 변하고 있다. 사람은 겨울에 옷을 더 껴입는데 나무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버리고 있다.

나무의 적응력은 대단하다. 기온이 내려가면 더 이상 물을 땅에서 빨아올릴 수 없다. 그냥 두면 잎에서 햇볕을 받아 계속 광합성 작용을 해야 할 상황이라 잎에 있는 영양분을 나뭇가지로 옮기고 잎은 자연스럽게 단풍이 되고 낙엽이 된다.

나무를 통하여 배울 것이 참 많다. 환경이 좋은 나무보다는 메마른 곳에서 자란 나무가 냄새도 향기롭고 단단하고 아름답다. 나무는 좋다는 곳에서는 뿌리도 깊이 박지 않지만 뿌리박기가 어려운 곳에서 나무는 그 고난의 긴 세월을 이겨내기 위하여 참고 견디고 더 힘을 쏟아 아름다운 자태를 만들어낸다.

미국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아프리카 케냐 출신에다가 미혼모의 자식, 흑인이다. 이런 꼬리표는 그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넉넉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포용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세상을 따뜻하게 했다. 인간과 나무는 비슷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동양화에서는 자연은 사람과 동일하게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 점이 자연이 그저 보조물에 불과한 서양화와 다른 점이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추사 김정희(金正喜)의 세한도(歲寒圖)에서 소나무와 잣나무가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논어의 한 구절에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그대로 푸름을 알게 된다는 글귀가 있다. 제주도 유배당 시 귀한 책을 구해준 역관인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고마운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나무는 특성대로 우리의 가슴에 보탬을 준다.

우리는 잎이 떨어진 나무는 겨울잠을 잔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말씀이다. 인간이 모르는 세상에서 나무뿌리는 더 바빠진다. 꽃 피는 봄을 벌써부터 준비한다. 우리 농부들도 추운 겨울 버텨내는 나무를 위하여 영양분을 채워줘야 한다. 겨울 시비(施肥)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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