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동지 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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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동지 팥죽
  •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 승인 2019.12.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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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는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 가운데 22번째 절기로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음력 11월 중 양력 12월 22일경에 돌아온다. 태양의 위치는 황경이 270에 있을 때이다.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고,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르러 극에 도달하고, 다음 날부터는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 중국 주(周)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역경의 복괘(復卦)를 11월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동짓날에 천지신과 조상님의 영을 제사하고 신하의 조하(朝賀)를 받고 군신의 연예(宴禮)를 받기도 하였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고 한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 유풍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 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이 있는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른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祀堂)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팥죽에는 축귀(逐鬼)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으니, 집안의 여러 곳에 놓는 것은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이고,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 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으며,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다.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 역시 악귀를 쫓는 축귀 주술 행위의 일종이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도 팥죽, 팥떡, 팥밥을 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짓날에도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승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동지 팥죽은 이웃에 돌려가며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한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된 것과 관련이 있다.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것이다.

동짓날 궁 안에 있는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소의 다리를 고아 여기에 백강(白薑), 정향(丁香), 계심(桂心), 청밀(淸蜜) 등을 넣어서 약을 만들어 올렸다. 이 약은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동짓날에는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치면 나라에서는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 옥새를 찍어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다. 각사(各司)의 관리들은 서로 달력을 선물 하였으며, 이조(吏曹)에서는 지방 수령들에게 표지가 파란 달력을 선사하였다. 동짓날이 부흥을 뜻하고 이날부터 태양이 점점 오래 머물게 되어 날이 길어지므로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 달력을 만들어 가졌던 것이다.

매년 동지 무렵이 되면 제주 목사는 특산물로서 귤을 임금에게 진상하였다. 궁에서는 진상 받은 귤을 대묘(大廟)에 올린 다음에 여러 신하에게 나누어 주었고, 멀리에서 바다를 건너 귤을 가지고 상경한 섬사람에게는 그 공로를 위로하는 사찬(賜餐, 임금이 음식을 내려줌)이 있었으며, 또 포백(布帛, 베와 비단) 등을 하사하였다. 멀리에서 왕은에 감화되어 진기한 과일을 가져온 것을 기쁘게 여겨 임시로 과거를 실시해서 사람을 등용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것을 황감제(黃柑製)라 하였다.

이밖에도 민간에서는 동짓날 부적으로 악귀를 쫓고 ‘뱀 사(蛇)’ 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다. 또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 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전한다.

팥죽을 쑬 때는 따뜻한 물에 쏟아부어 잠깐 담가 두어도 되지만, 불리지 않고 바로 삶아도 괜찮다. 큰 솥에 부어 한 번 끓은 뒤 첫물을 따라 버리면 쓴맛이 조절된다. 이때 팥알이 뭉개지도록 가끔씩 저어주며 푹 삶으며, 새알은 찹쌀과 맵쌀을 8:2로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 소금을 알맞게 넣어 놓는다.

생강술 2스푼 넣으면 생목 오름을 예방하며,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여 두 개씩 콩알보다 조금 크게 동글동글 비비며 만든다. 가끔씩 새알을 넉넉히 만들어 냉동해 두며 팥죽도 끓여 먹고 미역국에도 새알 넣어 먹는다. 새알은 뜨거운 물에 넣어 떠오르면 찬물에 헹궈 열기를 빼주면 더욱 쫀득쫀득 맛이 좋다.

걸러둔 팥의 윗물을 따라 끓이다 미리 불려둔 찹쌀을 넣어 퍼지면 팥의 앙금을 추가하면 진한 팥죽이 된다. 새알은 그릇에 먼저 담아두고 팥죽을 부어도 되고 마지막에 익혀둔 새알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이다. 팥죽에는 빠질 수 없는 시원한 동치미가 금상첨화이다.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이맘때면 근본도 모르는 크리스마스철이 본격적이어서 젊은 세대는 우리의 미풍양속인 절기는 모르고 피자나 치킨 등 서양식 입맛에 길들어져 건강을 해치는 인스턴트 쓰레기에 불과한 음식을 흡입하며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데, 매년 12월 22일이면 돌아오는 동지 절기의 음식인 팥죽이 특히 각기병과 신장병에 좋다고 하니, 이 날만이라도 사찰의 동지팥죽 공양에 동참하여 액운은 미리 막고 복된 새해를 기원해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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