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희망’이라는 축복
상태바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희망’이라는 축복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19.12.30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영호.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행정고시, 구청장, 국회의원, 공기관 임원, 교수까지, 평생 변화무쌍한 삶을 개척해온 그는 2019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동대전농협 조합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인생의 결실을 거두고 다시 흙으로 돌아온 그.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다른 열매를 위한 새로운 싹도 틔웠다. 초보 농군의 길에 들어선 임영호 조합장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들춰본다.

 

조합장은 현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제도 해결책도 현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여름 우연히 가보지 않은 포도밭을 방문했습니다. 남편 되시는 분이 몇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주머니께서 그동안 옆에서 그저 보고만 계셨는데 이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분은 여자의 몸으로 이른 봄부터 이웃 밭을 곁눈질하며 배워서 열심히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여름 너무나 날이 뜨거워 포도열매가 타버려 돈 한 푼 건지지 못했습니다. 절망의 눈으로 포도밭을 바라보는 그분이 너무나 애처로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큰 축복은 ‘희망’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올해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조합장으로 간간이 방문할 때 그분의 영혼 속에 ‘희망’이라는 새 한 마리가 살짝 걸터앉은 것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아플 때, 슬플 때, 절망할 때 죽은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듯 ‘희망’이 어느새 곁에 와서 손을 잡습니다.

마을회관에서 그분을 만났습니다. “올해는 어떠셨나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괜찮았어요.” 그분의 말끝에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희망은 절로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절망으로 힘들어할 때 우리 마음속 깊이 몰려오는 봄바람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희망은 우리 마음에 존재합니다. 반 이상 하늘이 지어주는 우리 농부들에게 어쩌면 이 ‘희망’이라는 축복이 제일 큰 선물입니다. 삶이 언제나 즐겁기만 하자면 ‘희망’이라는 선물은 갖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올 한 해를 보내면서 내일에 ‘희망’을 거는 농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