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사찰음식의 우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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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사찰음식의 우수성
  •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 승인 2019.12.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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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웰빙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이러한 때 사찰음식은 인류의 영성 세계를 지향할 뿐 아니라 한류를 세계에 이끌 수 있는 최고의 문화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채식 위주였지만, 사찰의 음식과 불교 계율도 사회 변화에 맞춰 진화해 왔다.

소승불교권인 남방 국가에서는 탁발(托鉢)을 하여 식사를 하므로 사찰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고, 대승불교권인 한국·중국·일본에서 사찰음식이 발달하여 왔다.

사찰음식은 ‘삼소식’이다. 적게(小) 먹어야 하며, 채소(蔬)가 주역이고, 웃으며(笑) 즐겨야 하는 음식이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음식에 관하여 붓다의 원칙은 ‘생산, 저장, 요리’를 금하고 ‘섭취’도 최소화하는 것이었으니,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인 ‘맛과 향’을 절제하고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붓다 당시 ‘음식은 주는 대로 먹는 것’이었으며, 다만 제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음식 섭취에 관해 ‘양과 횟수를 적게’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고, 하루 한 끼 먹기와 오후 불식은 걸식(탁발) 시간을 줄이고, 일반인들이 활동하는 오후에 어울리면서 발생할 문제들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정해졌다.

음식물 금지 목록은 많지 않았지만 금지 육식 목록 10가지엔 ‘사람, 코끼리, 말, 사자, 호랑이’는 있어도 ‘소, 돼지, 닭’은 없었다. 또한 채식으로만 차려진 사찰음식이 권해지는 현대의 대승 불교에 반하여 붓다 사후 500년 경 대승불교가 대두되면서 ‘육식 금지’ 규정이 강조되었으며, 인도에선 대부분의 종교가 육식을 금하는 쪽으로 바뀌는 흐름이었고, 불교 역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육식을 금지하는 쪽으로 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아플 때 등 꼭 부득이 필요할 경우엔 유(乳)제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한 붓다 시대 인도와 달리 중국에선 유제품 역시 ‘생명의 일부’로 간주해 살생(殺生)으로 여겨 금지했다.

붓다 당시 마늘 외엔 뚜렷하지 않던 금지 채소 역시 불교가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냄새와 자극성이 강한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5가지 오신채로 규정했으며, 불교 교리대로 육류·어패류 등 고기의 섭취를 금하며 인공조미료 등 식품첨가물, 정제된 설탕을 배제한다. 비닐하우스에서 길렀거나 농약·비료를 써서 재배한 곡물·과일·채소도 제외한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중에서 선(禪)불교의 등장이다.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삼는 선종에선 ‘생산, 저장, 요리, 섭취’를 직접 다 하게 되었으니 서서히 육식이 사라지는 계기였다.

또한 성질이 동적(動的)인 음식은 배제한다. 밖으로 뻗치는 힘이 강해서 먹으면 정서의 동요가 잦고 성격이 과격, 조급해진다고 여겨서다. 사찰음식은 대부분 정적(靜的)인 음식이다.

사찰음식은 스님이 수행할 때 섭취하는 수행식, 신도가 먹는 일반식, 병에 걸렸을 때 먹는 병인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재가자들이 사찰음식의 금기 식품을 가끔 먹는 것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는다. 수행자인 출가자도 병이 났을 때는 육식·우유·오신채의 섭취가 허용되기도 한다. 이때 고기는 반드시 깨끗한 정육이어야 한다. 항생제, 성장촉진제를 사료에 넣어 키운 가축의 고기는 식육일 뿐 정육으로 치지 않는다.

사찰음식의 요체는 제철, 천연 음식으로 조리하는 것이다. 인공조미료 대신 다시마·버섯·들깨·콩가루 등 천연 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설탕은 유기농 설탕, 과일로 대체한다.

사찰 김치는 20종이 남아 있으며 젓갈 대신 조선간장, 된장, 고추장, 잣, 깨로 맛을 내며 감미료로 감초를 쓰기도 한다.

사찰 된장찌개엔 멸치, 쇠고기 대신 표고버섯, 다시마를 넣는다. 단백질은 콩, 버섯으로 섭취한다. 칼슘은 우유 대신 무청을 통해 얻는다. 이때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 D가 풍부한 무말랭이, 표고버섯을 함께 섭취한다. 비타민 D는 햇볕을 받으면 몸 안에서 만들어진다. 사찰음식에서 대중이 야외 운력을 강조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사찰음식의 식재료 중 웰빙 효과가 높은 것으로 연근, 우엉, 머위가 꼽힌다. 연근을 몸을 정화시키고 혈전을 막아준다. 맛이 쓴 머위는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불가에선 “봄에 머위를 식탁에 세 번 올리지 않으면 상좌(제자)를 내쫓아도 된다”는 말이 있다.

사찰음식이 채소 중심이라고 해서 간단히 식탁을 차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 끼 조리하는데 만 1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되는 전형적인 슬로푸드다.

음식은 오래 씹도록 하며 음식이 물이 될 때까지 씹고 두 번을 더 돌려 씹으라고 한다. 죽과 물도 씹어 먹을 것을 권한다. 오래 씹으면 음식의 소화, 흡수가 잘 될 뿐 아니라 금세 포만감을 느끼게 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사찰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성인병, 비만의 주범인 고지방, 고열량식을 피할 수 있다. 특히 채소에 풍부하게 든 식이섬유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 질환 예방을 돕는다. 그러나 동물성 식품을 먹어야만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비타민, 철분, 아연, 칼슘이 결핍될 수 있다. 우유, 계란 섭취를 통해 이런 약점을 보충해야 한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때에는 콩, 버섯을 즐겨 먹어 단백질 보충하며 칼슘이 부족하면 성장이 지연되며 뼈와 치아의 약화된다. 이 때에 시금치 등 녹색 채소, 콩, 견과류에 함유된 식품을 섭취한다.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철분이 부족하면 철결핍성 빈혈을 유발함으로 시금치, 브로콜리, 콩 등을 섭취한다. 아연은 면역력을 강화하며 성장을 돕는다. 통밀, 현미, 콩, 견과류에 함유되어 이를 섭취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인간이 살아가며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섭생이다. 잘 먹고 잘사는 길이 생존 욕구의 알파이며 오메가라면 수도를 하는 수행자들이 대중생활을 하는 고행에서 사찰음식은 단순히 섭생과 식생활을 넘어 약식이며 수행에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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