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엄마의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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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엄마의 만두
  •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 승인 2020.01.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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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중국 남만(南蠻, 중국의 역대 왕조가 남방 민족을 멸시하여 일컫는 말)의 음식이라고 하는데, 삼국지에 따르면 촉한(蜀漢)의 제갈공명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심한 풍랑을 만나니 주위 사람이 남만의 풍습에 따라 마흔아홉 명의 머리(首級)를 수신(水神)에게 제사(祭祀) 지내야 한다고 진언(進言)했다.

공명은 살인을 할 수는 없으므로 만인의 머리 모양을 밀가루로 빚어 제사하라고 하였더니 거짓처럼 풍랑이 가라앉았다는 옛 이야기가 있으니, 곧 만두의 시초이다.

만두는 내 인생에 있어서도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신춘(新春) 명절이 오면 수백 개의 만두를 홀로 빚으시는 고향에 계시는 우리 엄마 생각이 난다.

만두소를 만드는 일은 예삿일이 아니지만 돼지고기·두부·당면·파·양파·마늘·생강·후추가루를 치고 김치를 다져서 잘 버무리고, 특이하게도 엄마의 방식은 삭힌 풋고추 또는 청양고추를 다져 넣으니, 매콤하고 얼큰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충청도식 김치 만두’이다.

설날 떡국에 큼직하게 만두를 넣고 떡과 함께 끓인 떡만둣국은 엄마의 전매특허(專賣特許)인데 연말이 되면 더욱 그리워지는 음식이 엄마표 만두이다.

사남매 중 맏딸이신 엄마는 다소 결벽증세가 있으셔서 음식을 만드실 때에는 다른 이와 함께 요리하는 것을 별로 원치 않으신다.

깔끔하고 꼼꼼하고 세심하게 준비하시는데 떡을 썰고 전을 붙이랴 잡채를 하랴 국 끊여 찌게 끓여 여러 가지 음식을 몇 가지 더 장만하느라 고생이 심하셨다.

더구나 중추절(仲秋節)이면 밤소를 넣은 송편을 빚으랴 홀로 음식 준비에 고되셨을 텐데도 자식들 입에 넣어줄 힘든 가사노동(家事勞動) 이었겠지만, 피로한 내색을 한번 없으시며 혼신을 다 하시며 행복(幸福)한 표정을 지으시며 만두를 빚으셨다.

음식에 집착하고 나름 음식평을 가끔 하며 미식가임을 자부하지만 혹여나 어느 누가 충청도식 김치만두 명인을 지정한다면 당연히 우리 엄마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고 청주 대머리 한씨네 김치 만두국이 으뜸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싶다.

이제는 나이를 더 드실수록 음식 장만하시는 일이 힘에 부치시는지 간혹 자식들과의 외식도 마다하지는 않으신다고 하는데, 예전 같으면 밖에서 먹는 음식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겠지만 말이다.

추억의 음식이고, 엄마를 생각나게 하며, 어린 시절부터 명절이면 먹던 음식이 이렇게 만두였다.

우리 엄마의 떡만둣국은 계란고명을 보기에도 정갈하게 얹어 맛깔스러워 보일 뿐 아니라 소고기를 잘게 다져 조선간장과 왜간장을 적당한 비율(比率)로 넣은 뒤 생강·파·마늘을 넣어 자글자글 졸여서 간장을 대신하여 넣는데 이를 엄마는 ‘꾸미’라고 한다.

만두와 떡첨을 넣고 정성스럽게 끓인 우리 집의 특별요리(特別料理)를 생각할수록 구미가 당기는 떡만둣국. 청주 방정리(方井里), 일명 대머리(대마을)에 거주하여 속칭 ‘대머리 한가’들은 북방계(北方系)임을 청주한씨 족보에서도 밝히고 있는데, DNA에 만두를 좋아하는 피가 흐르는지 조상 대대로 기호한 음식이어서였든 어릴 적부터 먹은 만두여서인지,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최고의 명절 음식인 엄마표 떡만둣국은 아무리 극찬을 해도 지면(紙面)이 부족함을 느낀다.

탄탄(용인대 객원교수)

반백의 지천명(知天命)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처럼 만두를 보면 엄마와 명절이, 그리고 식구들이 떠오르는 이유(理由)이기도 하다.

누구나 음식과의 추억(追憶)이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만두는 이렇게 엄마와 고향의 향수를 전해주고 지난날의 추억이 깃든 지상(地上) 최고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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