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커피 한 잔이 만들어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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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커피 한 잔이 만들어준 인연
  • 리수잉(필리핀)
  • 승인 2020.02.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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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38)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혼인 비중은 8.3%에 달하고 있으며, 다문화 출생의 비중도 5.2%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문화 인구 역시 이미 100만 명을 넘어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적응에 대한 일방적 강요보다는 상호 동반자적인 관계가 절실해진 이유입니다.

이에 밥상뉴스에서는 대전시 비영리자원봉사단체인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 시리즈를 마련하고, 그들의 삶과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기고자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사진은 게재하지 않으니 이해를 바랍니다.

 

필리핀을 여행 중이라면서 길을 물어보는 잘생긴 한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순간 정신이 아찔함을 느꼈답니다. 친절하게 답을 해주고는 돌아서서 가는데 그 남자가 다시 나를 불러서는 고맙다며 커피를 사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3일을 가이드가 되어 마닐라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으면서 그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우린 거의 매일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한 달 전화비만도 꽤 나왔습니다. 그렇게 사랑을 키우면서 1년 후에 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남편이 좋아 한국으로 왔지만 막상 생활하다 보니 불편한 게 너무 많았습니다. 음식도 그렇고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후 아들이 태어났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점차 안정을 찾고 여유시간이 생기자 뭔가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아파트에서 학생들에게 영어 과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학원으로 강의를 나갔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아들을 잘 챙기지도 못하고, 남편도 회사 일이 바빠 아이가 아빠 얼굴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저 또한 남편과의 대화시간도 점점 줄어 사랑도 시간이 지나니 무심해지나 봐요.

그런데 5살이 되었는데도 아이의 행동이 좀 이상한 것 같았어요. 말도 늦고 유치원에서 선생님께 전화도 자주 와서 속상했어요. 아이들을 자꾸 괴롭히고 때려서 아이들의 엄마가 유치원으로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하나 봐요. 행동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병원에 한 번 데려가 보라고 하셨습니다. 일주일 한 번씩 치료를 다니고 있는데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집에 오시는 선생님께서 우리 아들을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 할 뿐입니다. 한글을 가르치시는데도 다양한 놀이기구를 가져와서 수업을 하시는데 아이가 무척 잘 따랐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요한이가 뭘 좋아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 선생님을 많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쁘셔서 자주 오시지를 못한답니다.

지금은 아이가 많이 좋아져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서 논답니다. 그래도 완전히 나은 건 아니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참 좋은 나라인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이주여성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무료로 상담 치료와 놀이치료를 해줘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물론 간혹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렇게 한국은 새로운 나의 고향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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