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지전용 막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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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지전용 막아야 나라가 산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3.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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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통계청의 2019년도 경지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171만 5000ha에서 해마다 농지가 줄어들어 2019년 경지면적은 158만 1000ha로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경지면적이 조금씩 줄어들면 식량 생산기지가 줄어들고, 곡물 자급률도 점차 떨어집니다.

15세기 후반 영국은 양모산업이 번성하였습니다. 양털값이 급등하자 농사짓는 것보다는 양을 기르는 것이 수입이 더 나았습니다. 지주들은 곡식을 생산하는 농경지를 양을 키우는 목장으로 변경시켰습니다. 이를 인크로저(Enclosure) 운동이라 합니다.

인클로저 운동은 목축업의 자본주의화입니다. 양을 키우기 위해 농지에 울타리를 세웠고, 영세농은 공장들이 많이 세워진 도시로 내몰리게 되고, 도시 하층 노동자로 전락했습니다. 당시 《유토피아utopia》(1516)의 저자 토머스 모어(1478~1535)는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라며 비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이 줄어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일부 농지가 전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마냥 방치만은 막아야 합니다. 농지를 산업용지로 전용하는 흐름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의 농지전용 부담금을 더 중과하고 심사를 강화하자고 주장합니다.

농지가 적어지면 농지가가 올라가는 것은 상식입니다. 땅을 구입하여 농사 지려는 귀농 귀촌하는 청년 농사꾼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농지보전 부담금은 거의 15조 원이나 적립되었습니다. 전용금액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농지가 줄지 않도록 농지전용을 규제하는 쪽으로 강화하는 것입니다.

토마스 모아의 《유토피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경제생활에 대한 통찰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농업 말살정책인 인클로저 정책으로 농부들은 선대부터 살던 정든 고향을 떠나 객지로 떠돌게 되었고, 농사를 포기하자 당연히 곡물 값은 폭등하였습니다.

반면 독과점 형태의 양모산업은 나날이 번창하여 부자들은 노동하지 않고도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고, 많은 일손이 필요했던 농토에는 결국 양치기 한 사람만 남게 됨으로써 실업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지금 우리의 농촌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옥한 농지들이 하루가 무섭게 상업용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 국가가 생존에 필수적인 농업을 포기하고 돈이 되는 상공업으로 농업용 토지정책을 바꿀 때 과연 누가 그 과실을 챙기고, 누구에게 큰 고통이 따르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을 것입니다. 농지를 전용하는 정책을 다시 한 번 살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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