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봄이 되니 여기저기 잡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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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봄이 되니 여기저기 잡초가 난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3.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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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여기저기 잡초가 난다. 추운 겨울 이기고 처음으로 이 땅에 머리 내민 질긴 존재다. 잡초는 무엇인가. 원치 않은 풀, 원치 않은 장소에 원치 않게 난 풀이다. 풀을 뽑다보면 이런 마음이 든다. ‘내가 심은 농작물이다. 하등 쓸모가 없는 네가 방해해. 내가 살기 위해서 너를 모조리 뽑아서 없애야 겠다’. 어쩌면 인간을 기준으로 한 행동이다. 인간이 참 모질다.

20세기 중반 산업사회부터 농업도 효율성이 강조된다. 상업 농사를 짓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농약을 살포한다. 레이첼 카슨(Rachel L. Carson, 1907~1964) 여사가 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이 있다. 농약을 쳐서 잡초를 제거한 결과 모든 풀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그 풀씨를 먹고 살아가는 야생동물과 새들이 죽어가고, 결국 지상에서 새의 노랫소리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땅의 주인은 식물이다. 이제는 인간들이 야생풀을 내쫓고 게다가 돈 되는 풀만 심는다. 세월이 가면 땅에 자라는 식물의 수가 현저히 적어지는 것이다. 인도에서 농업이 산업화되기 이전에 벼의 종자 수만 3만 종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벼의 종류가 12가지밖에 안되니 그 많은 종자가 어디에 갔을까. 단종되기는 쉽다. 심지 않으면 끊기는 것이다.

불멸의 고전 《월든》에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토지에서 나오는 수확물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자기가 심은 콩을 자기가 다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이 콩들의 일부는 이곳에 사는 동물들 위해서 자라는 것이고, 잡초가 무성한 것은 새들의 주식이기에 자신이 기뻐할 일이다. 그는 결론에서 참다운 농부의 조건으로 자기 밭에 대한 생산물의 독점권을 포기하라고 했다. 울타리를 거두는 순간 소유가 아닌 향유가 된다는 것이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이해인 수녀는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의 추천사에서 ‘토종이 사라진 사회, 그렇다고 아무도 슬퍼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라고 탄식하고, 우리 주변의 들풀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만이 옳고 제 잘난 맛으로 사는 세상에서 못난 잡초도 제구실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금년 농사에 농약을 어떻게 할까 마음이 여러 갈래다. 탐하지 않는 삶을 살기에 나는 아직 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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