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세상을 위한 거룩한 실천 ‘나무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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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세상을 위한 거룩한 실천 ‘나무심기’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4.0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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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식목일에는 장 지오노(1895~1970)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었습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여행자들이 그냥 지나치는 알프스산맥 속의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단조로운 산길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은 해발 1300미터 높이의 고원지대로 야생 라벤다 외에 어느 것도 자라지 않은 황무지입니다. 그 곳에서 혼자 사는 한 양치기를 만납니다.

양치기는 3년 전부터 산주인이 누구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이산 저산에 올라 쇠막대기로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도토리를 심었습니다. 거기서 하루를 묵은 후 5년 후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황무지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는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나무 심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전쟁에 나간 사이에 5년 전 심은 나무는 자기보다 키가 더 커서 숲을 산책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기술이나 장비 없이 인간의 손과 영혼으로 위대한 일을 하였습니다.

주인공은 1년에 한번 방문할 때마다 우직한 양치기는 여전히 나무 심는 일을 하고, 이제 그곳은 숲이 생겨나고, 물이 흐르고, 갈대와 버드나무 풀밭과 꽃들도 피어났습니다. 버려진 마을에는 귀향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호밀과 온갖 채소를 가꾸며 살았습니다.

양치기는 89세에 평화롭게 눈을 감습니다. 평화롭고 규칙적인 일, 고산지대에 살아있는 공기, 소박한 음식, 무엇보다도 영혼의 평화가 훌륭한 건강을 주었습니다.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한 사람으로부터 세상이 바뀐 이야기입니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가르쳐 줍니다. 거룩한 생각을 품고 꾸준히 하면 그 누구도 거룩해질 수 있고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만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더없이 고결한 생각으로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지속적인 행동을 하면 우리는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인격과 마주하게 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세르반테스(1547~1616)의 《돈 키호테》에서 종자 산초판사는 “이 세상에서 살면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미친 짓은 생각 없이 그냥 죽어 버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식목일에 동네 어귀에 서있는 느티나무를 바라봅니다. 100년 전에 심었던 선조들의 손과 영혼을 만납니다. 한 알의 밀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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