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민들레를 보며 삶의 자세를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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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민들레를 보며 삶의 자세를 고친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4.16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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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왜
보도블록 틈 사이에 끼여
피어날 때가 많을까.

나는 왜
아파트 뒷길
보도블록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날이 많을까.

 

정호승(1950~) 시인의 《민들레》라는 시입니다. 봄이 왔나 싶은 이른 날, 보도블록 틈에서 노란 꽃을 피우는 민들레를 봅니다. 무수한 인간들의 발에 무수히 짓밟히면서 꿋꿋하게 살다가 이른 봄에 노오란 색종이를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신통방통한 존재입니다. 그렇게 많은 아픔도 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희망을 품고 그 많은 날을 참고 견디고 기어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민들레가 정말로 기특합니다.

민들레는 자신이 원하는 운명을 개척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고난이 있을 때 남을 원망하거나 부러워하다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입니다. 민들레는 뜨거운 아스팔트에서도,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도, 오직 한 가지 꽃피우기 위해서 인내와 희망을 반복하면서 매일매일 최선을 다 해왔습니다.

1989년 상영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존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비범한 삶을 만들도록 충고합니다. 선생은 비범한 삶을 위해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라틴어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입니다.

카르페라는 어원은 과일 농사를 지을 때 과실의 당도가 가장 높고 맛있을 순간에 그것을 나무로부터 강제로 따는 행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최고의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 최정점의 맛있는 포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수많은 시간을 숨죽이고 기도하며 농사를 짓는 농민이 내면으로 들어가는 마음공부에서 나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야 합니다. 일종의 구도자 자세입니다.

농사를 지어서 시장에 내다 파는 농부에게는 민들레로부터 배울게 많습니다. 졸렬(拙劣)할지 모르지만 마음을 다한 성실한 삶은 언젠가는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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