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꽃샘추위… 시련이 지나면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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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꽃샘추위… 시련이 지나면 꽃이 핀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4.27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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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다 가도록 추위가 물러가지 않습니다. 일찌감치 밭에 나가는 농부들은 비닐하우스 지붕에 내린 하얀 서리를 보고 기겁을 합니다. 밭에 가보니 3주 전에 심은 감자에 싹이 나왔으나 냉해를 입어 잎사귀가 죽어있었습니다.

이제 고추를 심을 시기입니다. 텃밭 농사를 짓는 도시 사람은 연휴가 많은 5월 첫 주에 심으려고 합니다. 냉해를 입을까 봐 걱정입니다. 바람 불고 아침저녁으로 0도에 가까운 날씨가 계속되니 고추 모종을 조합원들에게 배송할 날짜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추 모종에는 이미 꽃술이 몇 개 달려 있습니다. 고추 모종도 비닐하우스에서 밖의 세상으로 나와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시험 기간입니다. 자연상태의 노지에서 풍찬노숙을 견디는 훈련입니다. 1주일 이상 낮에는 햇볕을 쐬고, 저녁에 집안으로 드려놓는 일입니다. 이때는 물도 크게 마르지 않으면 주지 말아야 합니다. 고통에는 그만큼 가치가 있습니다. 비바람 쳐도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랍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치는 같습니다. 신은 자신이 선택하려는 인간을 반드시 시험합니다. 시험 과정을 통하여 다른 인간으로 거듭나기 때문입니다. 성서에서 신으로부터 시험을 받은 인물은 아브라함과 욥, 그리고 예수입니다. 이들은 모두 시험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통하여 신앙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철학자이자 로마제국의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황궁에서 여인들과 놀고 즐기는 것이 일상이 아니라 매일 최전선에서 전투를 감행하던 야전 사령관이었습니다. 그는 전투에서 돌아와 홀로 앉아서 그날의 일을 기록한 것이 그 유명한 《명상록》입니다. 그는 ‘시련’이 길(道)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시련을 통하여 우리의 마음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장애물은 인간의 행동을 유발합니다. 우리에게 방해되는 것이 우리의 길입니다.”

고추의 적응 기간은 고추를 고추답게 변화시키는 훈련입니다. 봄은 왔으나 봄날이 아닌 요즘 날씨에 잘 견디고 일어설 때 당당한 고추의 모습을 여름이 오기 전에 드러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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