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코로나19 이후… 종자산업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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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코로나19 이후… 종자산업의 중요성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5.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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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다이아몬드(1937~ )의 《총,균,쇠》에 의하면 야생딸기의 색깔이 변하는 것은 개똥지빠귀 같은 새들이 그 딸기를 따먹고 날아가서 종자를 뱉어내거나 배설하도록 유인하는 신호입니다. 아프리카산의 호박 모양의 식물 한 종(種)은 하이에나를 닮은 흑돼지에게 먹히는 일에 기막히게 적응하여 대부분 흑돼지의 배설장소에서 자라납니다.

많은 식물의 씨앗들은 동물의 배속을 통과해야 발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야생 종자는 동물들이 먹지 못하게끔 쓴맛이 나거나, 맛이 안 좋거나, 심지어는 독이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과육의 맛이 좋은 식물은 동물에 의해 종자를 퍼뜨리지만, 그 과육 속의 종자는 맛이 없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들이 종자까지 씹어 먹어서 발아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찮은 딸기조차도 빨갛게 익게 만들어 새를 유혹하여 번식할 정도로 종자는 그 종의 생명입니다.

우리나라는 채소 종자의 해외 의존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한국 종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연간 채소 종자 생산량 1600톤 가운데 1400톤이 해외에서 생산되었습니다. 더구나 중국이 그 중 40%에 가깝습니다. 우리의 목숨 줄이 중국에 있는 셈입니다.

세계는 이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외국에 마음대로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자국 보호주의로 갈 것입니다. 한식에 들어가는 식재료 70%는 외국산 종자입니다. 식물종자는 인류 공동 자산인데도 남의 손에 목이 멘 상태입니다.

당근, 고추, 무, 배추, 브로콜리, 상추, 수박, 시금치, 양배추, 양파, 오이, 참외와 같은 필수작물이 파종 시기에 외국으로부터 씨앗을 구하지 못하여 재배하지 못한다면 그 파장을 상상해봅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청양고추 종자 특허권도 인공 감미료 사카린을 만든 미국의 다국적 기업 몬산토의 것입니다. 그 기업의 허락 없이는 재배가 불가능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이제 종자전쟁입니다. 생존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몸부림입니다. 종자의 g당 단가는 금 가격보다 비쌉니다. 인도네시아가 최근 종자 생산을 하는 외국기업의 지분율을 30%로 제한하였고, 중국도 외국 업체의 독자법인을 금지하고 외국인의 지분율을 49%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1997년 IMF 시기에 흥농종묘와 같은 좋은 종자회사가 외국기업에 팔려 갔습니다. 세계에 지불하는 농작물 로열티가 연간 200억이나 됩니다. 우리는 채산성을 떠나 채종사업에 적극 개입하여야 합니다. 농협 종묘센터가 더욱 분발하여야 합니다. 고려말에 목화씨 들여와 의복 혁명을 일으켜서 백성을 이롭게 한 문익점(文益漸) 선생을 꼭 상기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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