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이번 주부터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상태바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이번 주부터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5.20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주부터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1960년대 초 초등학교 시절 등교길 면사무소 앞을 지날 때 신작로를 가로질러 소주밀식(小株密植)이라는 한글로 크게 쓴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게 무슨 뜻인가 했습니다. ‘작은 포기로 붙여서 많이 심으라’는 내용입니다.

1960년대는 식량의 자급자족이 큰 문제였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을 저는 보았습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난 1970년대 중후반이 되었을 때 그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당시는 인력이 중요할 때라 임시 방학을 실시하여 부모의 일을 돕도록 조치했습니다. 지금은 한 달 동안 동네 사람 전체가 ‘품앗이’로 할 일을 기계로 며칠 내로 끝냅니다. 반세기에 변해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먹을 것을 걱정합니다. 전 세계 식량 재고는 충분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잇따라 국경이 봉쇄되면서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합니다. 물자 이동이 어려워 공급 쇼크가 일어날 수 있고, 이런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식량 공급난과 가격 파동이 심각한 수준이 될 거라는 예측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 주요 쌀 생산국인 인도와 베트남이 쌀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국제 쌀 가격도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쌀 수출 소식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쌀 수출을 했다간 ‘제2의 마스크 대란’이 우려된다”며 “쌀이 부족한데 수출을 막아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그동안 느슨했던 국내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농업의 근본 가치를 다시 볼 때입니다. 톨스토이는 예술과 인생에 관한 사색 노트인 《참된 행복》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을 신분이나 재산에 의해 존경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에 따라서 존경해야 한다. 하는 일이 유익하면 그 사람은 보다 많은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정반대의 경우가 많다. 무위도식하는 부유층 사람들이 존경을 받고 만인에게 매우 유익한 일을 하는 농민이나 노동자들은 멸시를 받고 있다.”

공기같이 중요한 식량을 알아주고, 농민이 대접받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