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지가 투기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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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지가 투기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5.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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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책이라고 불리는 《월든, Walden》을 쓴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모든 점에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2년간에 걸쳐서 한다.

그는 그의 책 월든에서 당시 산업혁명 후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拜金主義) 세태를 비판한다.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그리고 토지를 재산으로 보거나 재산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누구나 벗어나지 못하는 천한 습성 때문에 자연경관은 불구가 되고, 농사일은 품위를 잃었으며, 농부는 그 누구보다도 비천한 삶을 영위하고 있고, 농부는 자연을 약탈의 대상으로만 알고 있다’.(은행나무, 250)

얼마 전 서점에 가니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다. 《땅 투자, 나는 이렇게 1억으로 투자해서 100억을 만들었다》. 요즘 재테크 수단은 땅 투자다. 토지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내는 흐름이다. 땅의 가치는 만들어지는 것으로 형질 변경해서 지목 변경하고 용도지역을 변경하여 땅의 가치를 높인다.

농지가 투기 대상 되면 비농민 농지소유가 일반화된다.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유명무실화된다. 통계에 의하면 전체 농지 중 농민이 소유한 농지비율은 2015년 기준 56.2%에 그친다. 농지 임대차 비율도 2017년 기준 51%에 달한다. 임대차 농지의 43%는 비농민이 소유하고 있다. 비농민의 농지소유 비율이 높아지면 정작 농민은 농지를 빌려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고려가 망한 것은 권문세가의 토지 겸병이었다.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은 지주의 횡포와 경작인의 비참한 처지를 보고 토지와 조세문제를 개혁하려 했다. 그의 이상은 공개념이 투입된 토지 사유제로 토지는 일단 국가에 귀속시키고, 모든 농민을 자영농으로 만들고, 수확의 10%를 세금으로 걷는 것이다. 정도전의 개혁사상은 그대로 실천되지 못하였으나 원칙은 지금도 살아 있어야 한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오늘날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농민을 도와주겠다는 뜻으로 생긴 8년 자경 농지의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는 다시 손질하여야 한다. 도시 주변의 농지의 대부분은 농부가 아닌 토지 투기자들의 소유가 된 것은 사실이다. 대다수 농민을 임차농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고려 말 권문세가의 토지 겸병과 다르지 않다. 공익 직불제가 전면 시행되면 비농민의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도 커진다. 정부의 농지 관리가 허술하지 않나 불안감이 있다. 농지는 자경 농민의 손에 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에 맞는 농지 정책으로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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