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옥수수 농사와 삶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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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옥수수 농사와 삶의 가치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6.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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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가고 여름이 오기 시작하면 농작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갑니다. 옥수수는 이른 봄에 씨를 뿌려도 4월이 지나야 싹이 나고, 5월 말이 돼서야 키가 훌쩍 큽니다. 요즈음 밭에 자주 갑니다. 커가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쏠쏠합니다. 옥수수는 대체로 한 그루에 한 개 열립니다. 작년에 옥수수 한 그루에 하나씩 120개를 땄습니다. 금년 봄에 옥수수를 작년보다 3배 정도 더 심었습니다.

그런데 옥수수 한 그루에 여러 개의 곁가지가 생겨 며칠간 그것을 쳐내는 일을 합니다. 그래야 열매가 크고 실합니다. 옥수수를 평가하는 것도 ‘돈이 될 만한 상품 가치’라는 단일 척도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하면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열매의 크기만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작업이 무엇인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인간의 욕심인 열매의 크기만을 위하여 옥수수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남자가 능력이 있다’라고 말할 때 대개는 ‘돈을 잘 번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그런데 돈만 잘 벌어 오면 만사 OK입니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참 많습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 유지, 믿음을 주는 인간관계, 가족과의 친밀한 소통…, 이런 것들은 돈으로 얻기 어려운 가치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돈은 어쩌면 인생이란 여행에서 이 여행을 즐겁게 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서적 심리적 안정, 넉넉하고 평화로운 마음, 만족스러운 인간관계, 삶에 대한 열정, 창조적인 자유…, 이 모든 것이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입니다. 돈이란 단일 가치로 성공을 논할 수 없습니다.

크고 알찬 옥수수는 일반 사람들이 선호하는 타입입니다. 그것을 일방적으로 추구하다 보면 옥수수의 커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관상하는 기쁨을 잃기 십상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욕심이 없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존재보다는 너무 소유 지향의 삶을 사는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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