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나는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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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나는 자유입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8.27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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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거에 같은 직장 생활을 했던 후배나 부하직원들을 많이 만납니다. 한결같이 뭘 하며 남은 인생을 보내냐 하는 고민입니다. 농촌에 가서 농사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농촌에서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만 적당하게 욕심을 버리면 인간적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 경쟁 속에서 죽기 살기로 사는 것보다 농촌은 백배 천배 여유롭고 넉넉합니다. 시간을 분 단위에서 반나절 단위로 쓸 수 있습니다. 아침 무렵에 못한 것은 저녁 무렵에 하고, 다음날 새벽에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구속당하지 않습니다. 마음먹으면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여유로운 속도에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재선에 실패하고 난 후 정치 선배 한 분이 실의에 빠진 저에게 책을 하나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11)의 《희랍인 조르바》 입니다. 당시에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무식한 저에게 이 책과는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그의 책 '희랍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그의 책 '희랍인 조르바'

주인공 조르바는 막노동꾼으로 본능에 충실하고, 말보다는 몸짓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끝없는 활자의 세계에서 진리를 찾는다고 이 체면 저 눈치 살피며 먹물로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합니다.

이 책의 표현대로 조르바의 ‘자유의 질량’을 돌이켜 볼 때마다 책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해서 격분과 마음의 쓰라림을 견디지 못합니다.

조르바는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이 이해하는 바를 그대로 믿으며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작가와 조르바가 묻고 답합니다.

“나는 사람이니까요?”
“사람이라고?”
“그게 무슨 뜻이오?”
“글쎄, 자유롭다는 거죠!”

참된 인간이란 아무리 곤경에 처했어도 신의 앞까지 가서도 저항하고 투쟁하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정을 내립니다. 그리스 크레타섬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묘비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성과 합리주의 틀을 깨부수고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사는 모습이 사람다운 삶입니다. 도시보다는 농촌 생활은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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