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이제 마음의 방역을 할 때입니다
상태바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이제 마음의 방역을 할 때입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9.14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47년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페스트, La Peste》라는 전염병을 주제로 한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작가가 처음에 생각한 소설 제목은 《페스트》가 아니라 ‘수인(囚人)들’이었습니다.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입니다.

페스트로 오랑시 도시 전체가 봉쇄 상태로 몇 달이 지나자 시민들은 탈진 상태가 됩니다. 멍한 모습으로 외부 사건이나 타인의 정서에 무관심하고, 점차 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것보다는 기적을 낳게 한다는 성 로크의 메달이라든가 부적 같은 것에 관심이 많고, 성인들이 쓴 예언서나 야사(野史)의 예언에 의존합니다. 주인공 의사 리외는 습관이 되어버린 절망이 절망 자체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페스트에 감염된 고립된 이 도시에 외부로부터 후원과 격려가 답지합니다. 리외는 자정에 깊은 침묵 속에서 환자 진료에서 떠나 잠시라도 눈을 붙여볼까 자리에 누우면서 라디오 스위치를 돌렸습니다. 세계의 저 끝에서 “오랑! 오랑!” 하는 응원소리가 들려옵니다. 의사 리외는 생각합니다. “함께 사랑하거나 함께 죽는 거야. 다른 방법은 없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갈 곳이 없고 집콕을 하여야만 합니다. 아이를 둔 엄마들은 “집이 감옥 같다”고 호소합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학교도 학원도 갈 수 없어 육아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려 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도됩니다. 일반시민들도 코로나 방역이 6개월 이상 장기화 되고 활동 제약이 커지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 대응에 지치고 힘든 지금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의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로 고생 많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 이외는 다른 방법은 없다는 의사 리외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랑하는 이웃들에게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를 바치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 어깨 위로 늘 무지개 뜨기”를 바랍니다.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신이 그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대의 모카신 신발
눈 위에 여기저기
행복한 흔적 남기기를.

그리고 그대 어깨 위로
늘 무지개 뜨기를.

 

이제 햇볕은 사그라들고 하늘은 높아가는 가을입니다. 구불구불 농촌 시골길은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황금빛 가을 농촌여행을 떠나 보세요. 코스모스 핀 정겹고 소박한 풍경을 담고서 걷고, 걷고, 또 걸어보세요. 노오란 벼가 익어 고개 숙이고 파란 배추도 점점 속이 차오른 모습도 볼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 작은 조각들을 메워가는 일입니다. 하루에도 조금씩이나마 내 인생의 한 조각을 예쁘게 칠하면 그 그림은 작지만 나름대로 아름답습니다. 집콕에서 벗어나 눈부신 가을을 마음으로 느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