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민을 위한 나라
상태바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민을 위한 나라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10.05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구마를 캤습니다. 대실망입니다. 고구마 표면이 물속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처럼 썩은 부분이 더덕더덕 군데군데 붙어 있습니다. 고구마 농사가 잘될 일이 없습니다. 무려 54일간 비가 왔는데 기대 자체가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울에 사는 딸이 고구마 타령을 하길래 새벽에 두 끼 정도 먹을 만한 분량을 캤습니다. 아버지의 농사 실력을 하향 평가할까 걱정입니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있는 고구마를 사서 보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참 농사짓기 어렵습니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절망이 습관이 되기 싫어서 작은 기대를 고구마와 같이 심었습니다.

흉년이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난 속에서 과중한 세금을 냈던 우리 조상들이 떠올랐습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역성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긴 역사 속에서 백성의 고달픔을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접근한 분은 세종대왕이 으뜸입니다.

세종대왕 어진
세종대왕 어진

세종은 임금이란 자리는 하늘을 대신하여 만물을 다스리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유럽의 계몽군주보다 훨씬 앞서 민주주의의 본질을 말했습니다. 세종은 영국의 민주주의 사상가 존 로크(1632~1704)보다 200년 앞선 사람입니다.

세종은 무엇이 백성을 위해 효용이 있는가를 늘 묻습니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민생에 마음을 두었습니다. 세를 매기는 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법(貢法)을 만드는데 무려 17년간 긴 토론 끝에 제도를 완성합니다.

1단계는 고위 관료에서 농민까지 17만 명을 대상으로 찬반 여론을 조사합니다. 17만 명은 당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했다는 뜻입니다. 2단계는 관민의 여론조사를 놓고 주류인 양반 사대부들의 찬반 이유를 보고하게 합니다. 최종적으로 고위 관료들이 참석한 어전 회의에서 격렬한 토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합니다.

지난 7월 말 폭우로 조합원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인간은 저마다 어두운 숲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장비를 가져야 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고유한 임무입니다.

세종은 백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을 것입니다. 세상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농민들이 날씨 걱정 없이 농사짓는 세상입니다. 무엇이 농민을 위해 효용이 있는가를 묻습니다. 정부나 농협이 기후 이변에 따르는 소득 불안정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