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4차산업혁명과 벼농사, 이동현 대표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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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4차산업혁명과 벼농사, 이동현 대표의 ‘뚝심’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10.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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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미실란 대표

얼마 전에 눈에 띈 책이 있었습니다.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 김탁환 교수의 수필입니다. 그는 농촌에 관심이 많습니다. 산업화 속에서, 아니 4차산업혁명이라는 격랑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걱정합니다. 지방 소멸, 농촌 소멸, 벼농사 소멸, 공동체 소멸입니다.

김 교수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라는 책 속에서 전남 곡성의 어느 농부를 만나 자기 생각을 말했습니다. 그 농부는 벼농사를 짓는 이동현 미실란 대표입니다. 278종의 벼 품종을 심어 벼 농사를 연구하고 신품종을 만들려는 범상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일본 쌀을 최고로 칩니다. 고사 히까리(コシヒカリ)라는 일본 쌀은 가장 미질이 좋은 벼 품종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서 우리 논에 재배하는 소위 종자 식민지로 살고 있습니다.

그는 그것이 잘못이라고 합니다. 그의 꿈은 주식인 쌀을 품종과 그에 따른 맛과 향을 연구하여 우리 토양에 맞는 최적의 품종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아주 당연한 생각이지만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이 아니고 현실은 무모하고 비경제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참 잘못된 생각입니다.

군대에서 처음 자유 배식이 된 때는 7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입대한 지 1년이 되어갈 때 쌀밥을 마음껏 먹으라는 식사시간의 변화는 우리를 너무나 기쁘게 했습니다. 통일벼 덕분입니다. 쌀 수확량이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당시 정권이 끊임없이 벼 품종을 연구한 결과입니다.

요즘 벼 품종 연구에 그다지 관심과 노력이 없고 해마다 쌀 생산량은 줄어만 갑니다. 이는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예를 들어 200평을 1마지기로 하여 멜론은 1년에 560만 원을 벌지만, 쌀은 160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런 여건에서 좋은 쌀 생산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동현 대표의 우직함이 돋보입니다.

해외 유학파인 이 대표가 농부로 살아가겠다는 것은 보통 마음은 아닙니다. 새벽녘 어둠이 채 사라지지 않은 들로 나가고, 저물녘 노을이 깔린 들에서 돌아오는 기쁨, 안타까움과 쓰라림을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멍청이 같은 의지는 지혜로운 생각과 때로는 서로 통합니다.

지금 가을 들녘은 황금물결입니다. 이처럼 풍요롭고 기름진 풍경은 없습니다. 긴 장마와 태풍으로 작황은 좋지 않습니다. 논둑길을 걸으면서 이동현 대표를 생각하고 잠시나마 울상 짓는 벼 농가를 잊고 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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