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부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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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부의 나라’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11.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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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묘지에 “나는 농부이다”라고 비문에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교회에서 맡은 직책을 써놓았거나, 그저 학인(學人)으로, 벼슬길에 오른 경우는 그 직책을 적어놓았습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고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농부라는 명암을 누구에게나 내밀만 한 나라가 있습니다.

정기석과 송정기의 《농촌마을 공동체 살리는 100가지 방법》에 따르면 독일은 농부가 전체 인구의 2%인데도 식량자급률이 85%라고 합니다. 정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으면서 농사를 지으려면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농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자격증이 발급되는 시대에 우리의 농부들이 농부로서 자부심을 갖게 한다면 권위 있는 자격증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농(農)’이라는 글자가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농촌과 농부의 힘든 나날과 맞닿아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사회에서는 농촌, 농업, 농민의 사회적 위치가 하향 추세입니다. 지금은 국민 100명 중 4명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농업과 농촌이 중요합니다. 식량주권의 측면에서도, 생태환경적 측면에서도, 삶의 현장으로서도 중요합니다.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은 《농부의 나라》에서 농업과 농촌의 진로에 대한 큰 틀을 제시했습니다. 4%밖에 안 되는 농민만의 농정이 아니라 소비자인 96%의 국민이 협력하고 함께하는 100% 국민농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선 농업으로 먹고살 만하고, 농민으로 대우 받고, 농촌에서 아이 키우면서 살만한 곳으로 만들면 됩니다.

현실은 답답하고 희망은 멀어 보입니다. 농업과 농촌에 숨겨져 있는 위대한 사회적 공헌을 발견하기 위하여 국민이라는 입장에 서서 봅니다. 한 번쯤 《농부의 나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농촌을 발견하고 농민 스스로 농업을 생업으로 행복하게 살게 하는 많은 일들을 생각해봅니다. 누군가 오늘 그늘에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 오래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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