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지연금이 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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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지연금이 효자입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11.30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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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1828~1910)는 그의 《행복론》에서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내 삶이 더욱 풍부해지고, 내가 행복해지는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불행의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인생 말년의 가난도 무시 못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꿈은 도시에 나가 공부해서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것이었습니다. 손이 급한 농번기에도 논밭에 나오라는 소리를 한마디 하지 않으셨습니다. 농사를 배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처럼 고생하면서 가난하게 살지 말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자식이 도시로 유학 보내면 당장 작은 전셋집이라도 얻어 주어야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 되고 결혼하면 더 큰 일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도시 며느리의 수준에 맞춰서 푼푼이 모은 돈을 다 내놓고 아들 장가보낼 준비를 합니다.

지금의 노인세대는 우리나라가 어렵게 살던 시절에 고도성장을 이끌며 젊음을 바쳤던 존경해야 할 분들입니다. 가족부양과 자녀교육 등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에는 신경 쓰지 못한 세대입니다.

우리는 과거처럼 자식들이 부모 봉양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현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도 먹고살기 벅차서 그들에게 마냥 기대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노인 빈곤율 평균 14%보다 훨씬 높은 약 47%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노인 2명 중 1명꼴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 당 55명으로 OECD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을 함께 받은 사람 가운데 95%는 월 100만 원도 못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10명 가운데 8명은 50만 원 이하입니다. 더군다나 농촌에 사는 분들의 국민연금 수령액은 보잘 것이 없습니다. 자칫 100세 시대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11년 고령 농업인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농지연금이 도입되었습니다. 농지연금은 고령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매월 생활 안정자금을 연금방식으로 지급하고, 가입자 사망 시 담보농지를 처분하여 연금으로 지급되었던 채무를 상환하는 제도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2019년 신규 가입자의 평균 가입 연령은 73세로 평균 월 105만 2000원을 수령합니다. 이는 70세 이상 고령 농가의 연간 소득 부족액의 상당 부분을 채워주는 효과입니다. 농지연금은 농지가 자산의 대부분이지만 소득이 충분치 않은 고령인 농업인에게 매우 유용한 노후준비 수단입니다.

2018년 농지연금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농지연금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노후생활에 여유가 있고, 연금을 받으면서 농지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 농사밖에 모르고 살았지만 나이들면서 농사일이 힘에 부쳐 수입이 줄어들어 말년이 걱정이었던 농민들에게 농지연금은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자식 노릇 하는 농지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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