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딸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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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딸기 엄마
  • 사이토 카요코(일본)
  • 승인 2020.12.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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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53)

저는 13살, 7살 두 딸의 엄마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 왔을 때 큰 아이는 6살이었고, 작은 아이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습니다.

남편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어 큰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100일이 지나 일본에서 5년 정도 살았습니다. 당시 남편은 대학원생 신분으로 아이를 키우는 저 혼자였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습니다.

입원을 하기도 하고, 3일에 한번정도는 병원에 항상 다녔습니다. 저는 일도 해야 하고 아이도 자주 아파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였습니다. 비염, 중이염, 변비, 감기 등 그 중에서 제일 심한 건 변비였습니다.

1살 때 즈음 대변을 못 봐서 11일정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여러 방법으로 치료를 하였지만, 낳아지지 않았고 X-Ray 자료를 보시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고도 말씀 하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퇴원 후에도 심한 변비 때문에 매일 약을 먹으며 때로는 관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과 밤에는 식후 30분 정도 화장실에 같이 앉아 변비를 고치려는 노력도 하였습니다. 변비에 좋다는 음식과 방법은 다 해봤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변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일본생활 5년 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도 변비 때문에 병원을 다니고, 운동도 하고, 마시지도하며 변비치료를 하였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부터 변비증세가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변도 잘 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2학년에 올라갔을 즈음 아이가 음식을 잘 못 먹고 구토를 자주하고, 8kg 정도 몸무게 빠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무 걱정이 되어 여러 큰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하였습니다. 원인은 변비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검사결과가 조금 의심은 되었지만, 모든 병원에서 같은 결과를 말씀하셔서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습니다. 치료를 하며 4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다시 정상으로 컨디션이 회복되었습니다. 그 후 아무런 이상 없이 올해 6월까지 건강하게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6월부터 약 한달 정도 다시 똑같은 변비증상으로 몸무게도 빠지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변비증상으로 생각하고 약을 먹으며 치료를 하였습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 대변을 보기 시작하여 안심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였고, 정상적인 걸음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안색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가까운 병원에서 검사를 하였는데, 아이의 상태가 안 좋으니, 큰 병원으로 가셔서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놀라 바로 큰 병원으로 가서 MRI를 찍고 확인을 해보니, 더 큰 병원으로 가셔서 수술을 바로 해야 된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현재 상태가 너무 안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은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상황을 듣고 나는 남편에게 연락을 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수술할 수 있는 병원으로 아이와 같이 이동을 하였습니다. 급한 수술인 나머지 밤 10시부터 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밤에는 비도 많이 내리고 수술시간도 3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아 정말 불안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새벽 2시가 되어서 수술을 담당하신 의사선생님께서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상태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이는 ‘대장 중복증’이라는 증세로 10만 명에 한 명 정도 있는 증세라고 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보였던 변비증상의 원인도 바로 ‘대장중복증’ 때문이었습니다. 수술 전까지 그동안 다녔던 병원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이 한편으로 너무 분한 마음이 들어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중복된 장이 너무 잘 겹쳐있었던 나머지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술은 끝났지만, 아이의 장 상태가 염증 때문에 너무 좋지 않아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고, 재수술까지 장루(대변주머니)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이 상황을 저와 딸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개복수술을 하여 큰 수술자국도 생긴 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너무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딸은 생각보다 상황을 잘 받아들였습니다. 수술해서 좋진 않지만, 어릴 적부터 아파왔던 통증이 없어져 너무 좋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11일 입원하는 동안 단둘이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딸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딸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들도 알게 되어 우리 둘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퇴원 후 한 달 정도 집에서 회복시간을 가졌고, 2달 후 얼마 전 재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재수술도 잘 마무리되어 아이는 건강을 되찾고 있습니다.

때때로 “남자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 란 생각이 드는 한국생활이지만, 저는 두 딸의 엄마로 열심히 살고, 앞으로 아이들이 한국생활에 꿈을 가질 수 있게 잘 도와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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