久住令人賤 頻來親也疎 但看三五日 相見不如初(구주영인천 빈래친야소 단간삼오일 상견불여초) 라는 옛 말씀이 있다.
아무리 친한 사람의 집이라도 오래 머물러 있게 되면 업신여기고 싫어한다. 또 다정한 사람이라도 자주 찾아가게 되면 다정한 맛이 없어지고 만다. 따라서 친하다고 해서 볼일 없이 자주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친한 사이일수록 더욱 공경하고 예의를 지켜서 그 친분을 오래 유지하도록 힘써야 된다는 뜻이다.
너무 자주 먹는 음식은 이내 물리며 소홀히 대할 때가 많다. 내 입맛에 익숙하다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사람관계에서 ‘밥 한 번 먹자’는 소리는 소통의 시작이며, 관계발전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첫 소통의 식사로 어떤 음식이 좋을지 선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첫 만남은 상견례 식당이 대체로 인기가 높다. 보통의 상견례 식당은 식사의 내용과 분위기 면에서 여느 평범한 식당에 비교우위를 점하지만, 식사비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정장을 하고 격식을 갖추어 할 자리가 있고, 두 다리 쭉 펴고 맘 편히 식사하는 자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맛에 관련한 평가치는 또 다르게 해석된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상견례 식당은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분위기까지 고려한다면, 굳이 음식 면면만 따지며 가격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없다. 예컨대 한우의 경우만하더라도 최고등급은 1++로 더 이상의 높은 레벨은 없다.
업소마다 최고를 자부하며 100g 중량에 11만 원 하는 한우식당들도 꽤 있다. 이런 식당들은 대개 지정된 직원이 테이블을 관리하며, 고기 굽는 내내 자리를 지키면서 손님에게 서비스한다. 시설과 인건비 등이 가격에 포함됨은 당연하지만, 소비자는 또 고기값이 비싸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선택은 내가 한다. 타인의 선택에 본인의 잣대로 선을 그어서는 곤란하다.
2015년쯤 대청댐 냉천골 안쪽에 주문 시 농장에서 바로 오리를 작업해서 생고기를 내는 식당이 있었는데, 그 앞쪽으로 대형 건물이 들어서길래 ‘누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더 리스’라는 레스토랑이 들어서며 한동안 대청호 천혜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특별한 음식으로 꽤나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점점 기억 저편에 묻혀지는가 싶다.
대신에 최근 그 옆으로 ‘테라베오’라는 식당을 새로 선보였다. 브라질식 바비큐인 ‘슈하스코’라는 요리를 선보였던 그 명맥을 이어 영업방식은 조금 바뀌었지만, 음식의 내용은 더 리스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입맛의 변화는 인정하지 아니하고 식당 맛이 변했다고들 많이들 수근거린다. 그게 또 과연 옳은 답일까 의문은 들지만 해답을 아무도 줄 수는 없다.
슈하스코 요리는 두툼하게 썬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따위를 긴 쇠꼬챙이에 꿰어서 숯불에 구워낸 요리로 브라질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코스별로 가격대도 조금은 다르고, 서브 되는 음식의 종류도 조금은 상이하다.
한편에 마련된 샐러드바에서는 따끈한 요리로 파스타, 낚지볶음, 전복죽, 튀김류 등이 마련되어 있고, 다양한 샐러드와 디저트용 과자, 음료 등이 무한으로 제공돼 양이 큰 소비자라도 음식 걱정은 없어 보인다.
테이블에 착석하면 수프와 샐러드, 소스가 제공되고 서서히 꼬챙이에 끼워진 각종 육류를 순서대로 접시에 썰어준다. 남미식 시즈닝의 풍미가 독특해서 닭고기, 소고기, 소시지 등이 별미다. 게다가 특제 스테이크 소스는 향미가 좋아 만족감은 훨씬 높아지고 맛도 업그레이드 해준다.
이럴 때 이런 곳, 저럴 땐 저런 곳 갈 데는 많고 여건은 녹록지 않은 그때가 행복일 수도 있다. 부정적 사고로 얼룩진 얼굴보다는 긍정적 사고로 웃음을 담고 싶을 때는 대청댐 ‘테라베오’에서 출렁이는 바람에 맞서고 씰룩이는 저녁노을에 기대어 보는 것도 좋겠다.
◆상호 : 테라베오
◆주소 : 대전 동구 마산동 439-19
◆전화번호 : 042-272-79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