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자립 돕고 싶어요"… 사업 뛰어든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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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자립 돕고 싶어요"… 사업 뛰어든 약사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0.12.30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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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도전하는 여성들] 구미경 ㈜지아이젠 대표

“혼신을 다해야 합니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열정으로,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약사에서 시의원으로, 다시 CEO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이 있다.

대학 졸업 후 약국을 개업해 ‘약사님’으로, 2014년부터 4년간은 대전시의회 ‘의원님’으로 언제나 시민의 삶의 질 향상,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다시 본업으로 돌아온 그녀는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2019년 주식회사 지아이젠을 설립해 여성 CEO로 경영 일선에 서 있다.

지난 2년간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 부회장을 맡아 지역 여성들의 창업과 성공을 지원하는 든든한 ‘맏언니’ 몫을 해온 ㈜지아이젠 구미경 대표를 만났다.

-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86년 충남대 약대를 졸업하고 1987년 구인약국을 개업했습니다. 약사로서 먹고 사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죠. 그러던 중 사회활동에 눈을 뜨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삶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시작해 2006년 대전여성장애인연대를 창립해 10년간 회장으로 활동했지만, 약국 수익만으로는 여성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마음만으로는 부족해요. 돈을 많이 벌어서 여성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2012년 한방·건강차를 제조·판매하는 식품제조업체 구인당을 창업하고, 2019년엔 주식회사 지아이젠을 설립했습니다.

- 구인당을 소개해 달라.

구인당은 ‘사람을 구하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허약하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고 안 해본 것이 없다 할 정도로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식품을 원료로 한 건강제품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현재 구인당에서는  7가지 종류의 건강차와 3가지 종류의 환, 5~6가지 탕제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질경이환은 관절에 좋습니다. 구인당 제품은 내가 직접 먹어보고 효과가 좋은 것들을 제품화한 것입니다. 내년에는 질경이환을 리뉴얼할 계획입니다. 판매, 유통방식 등도 체계적으로 바꿔서 구인당을 키우고 싶습니다.

- 창업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영업허가를 내는 것부터 힘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했죠. 특허를 낼 때,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때 등등 단계마다 힘이 들었고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여성벤처협회의 선배 한 분이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경험에서 나온 ‘현장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여성 창업 환경을 10여 년 전과 비교한다면.

10여 년 새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발전은 먼저 창업에 나선 선배들이 많은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 협회에서는 여성 창업과 성장에 필요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덕구 ‘경력단절여성 성공 창업 지원사업’처럼 정부사업을 유치하고, 선후배 간 1대1 매칭을 통해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습니다.

- 여성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공에 대한 갈망과 열망입니다. 요즘 여성들은 아이디어도 많고 능력도 뛰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공하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버려야 합니다. 젊은 여성들을 만나보면 경제적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도전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만나면 안타깝습니다.

-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는 어떤 곳인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여성 창업을 도와주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소상공인진흥원 등 국가기관은 세심한 곳까지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창업 선배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사는 100여 개 정도입니다. 2019년 부회장을 처음 맡았을 때보다 2배 가량 늘었습니다. 당시에는 회원사가 적어 임원들이 사비로 협회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회비 납부액이 증가해 경제적인 자립을 이뤘습니다. 우리 협회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기업이 늘어나면서 20~30대 젊은 여성 창업가들의 발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여성 CEO로서 대전시에 바라는 점은.

여성이기 때문에 가산점을 주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가산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것들이 있습니다. 대전은 기업하기 어려운 도시입니다. 규제와 장벽이 너무 많습니다.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도 좀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세종으로 떠나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전시가 나서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땅을 매입하고, 기업들이 싸게 입주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 창업을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창업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그를 통해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남보다 일찍 일어나고, 남보다 열심히 일한다면 성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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