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태양광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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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태양광의 역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1.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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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생물학자 하딘(Garrett Hardin)는 1968년 Science지에 ‘공유지의 비극 (The Tragedy of the Commons)’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공유지와 같은 공유자원은 소유권이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과다하게 사용돼 고갈된다는 내용입니다.

초원이 공유지라면, 양이나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축이 그 초원의 풀을 마구잡이로 뜯어 먹게 해 초원이 폐허로 변할 우려가 큽니다. 더구나 개인의 소유지가 강 가운데까지 뻗어있는 강기슭의 공장 주인은 자기 문 앞을 지나가는 물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도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생각하여 물을 아무렇게나 사용하기 쉽습니다.

하딘은 인류가 공공재인 천연자원을 남용한다면 지구에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법정(1932~2010) 스님도 생전에 어느 법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큰 행성을 타고 해를 중심으로 우주 공간을 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타고 있는 이 공간을 지구인들은 생각 없이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는 자본주의 경제하에서는 다시 만들 수 없는 지구를 지나치게 탕진하고 있습니다.”

요즘 농촌에 가면 산을 마구 헐어 대규모로 단지화된 태양광 시설이 눈에 보입니다. 땅값이 싸다는 이유로, 농사짓는 것보다 수입이 안정적이다는 이유로, 이곳저곳에 무분별하게 태양광 시설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넓은 댐 호수나 농사용 저수지 수면 위에도 태양광 시설을 한다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아무리 돈이 된다 해도 이것은 아닙니다.

자연이 주는 무한한 가치는 돈으로 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농촌자원은 중요한 자연자원입니다. 절대로 태양광 시설로 자연훼손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70년대에 갯벌을 막고 메꾸어 간척지로 만들고 농토를 만든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짧은 생각이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갯벌에서 나오는 유무형의 가치는 막대합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인디언 시애틀 추장(1786~1866)은 백인 추장인 미국 대통령이 자기들에게 땅을 팔라고 하는 말에 이렇게 항변합니다.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팔 수 있단 말인가?”

인디언은 자연과 인간은 한 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진정한 문명인입니까? 미국 대통령이 야만인입니다. 자연을 헐어 태양광 시설을 하는 것은 야만인의 짓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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