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사에서 사업가로… 국내 골프기업 ‘성공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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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사에서 사업가로… 국내 골프기업 ‘성공신화’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1.08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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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도전하는 여성들] 강경애 아화골프 대표

“여성은 생명을 키우는 존재입니다. 이렇게 위대한 일을 하는 여성이 못해낼 일은 없습니다.”

대전의 토착 기업 아화골프 강경애 대표의 말이다. 강 대표는 ‘창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새로운 창조물을 탄생시키는 일이며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는 신념으로, 25년간의 교직 생활을 접고 사업에 뛰어들어 업계 최초 미술 교사 출신 CEO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지난 10년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경영 개선으로 아화골프를 안정적인 기반에 올려놓아 또 한 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사업은 요리와 같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자신만의 성공 레시피를 만들어가세요.”

자신의 말처럼 과감한 도전을 ‘성공신화’로 만든 강 대표를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 25년간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아화골프는 1986년 오빠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골프가 한국에서 낯선 스포츠였을 때 클럽 전용제작을 시작했습니다. 해외를 오가며 선진국의 기술을 배워 국산 기술력으로 업계 최초 클럽 맞춤 제작을 성공시켰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1997년 금산에 직원 300명 규모의 공장을 세웠는데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오랜 고민 끝에 남편과 함께 직접 회사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주위의 걱정에도 학교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골프사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잘 키워 가업으로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좋은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굳히고 2010년 1월부터 1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습니다.

- 아화골프를 소개해 달라.

아화(我和)는 ‘나와 골프클럽이 하나가 돼 조화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골프채는 얼마나 비싸고, 누가 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옷처럼 나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아화골프는 국내 골퍼들의 몸에 꼭 맞는 맞춤형 골프클럽 제작을 목표로 설립됐습니다.

외국 파워 브랜드만 유통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서양인 신체와 다른 동양인에 맞는 골프클럽을 제작했습니다. 초창기부터 피팅(fitting) 개념을 도입해 고객이 매장에서 체형에 맞춰 피팅 후 자체 공장에서 모든 클럽 및 부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매년 신제품을 출시해 국내 골프 기업 중 최다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매출액 20억 원을 달성했다. 성공 비결이 있다면.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화하고 소비자층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업가라면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읽고 젊은 소비자층을 이해해야 합니다. 저는 언제나 공부하는 자세로 성공한 사업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특히 제품의 브랜드화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 깊숙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브랜드화를 위해 연구와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디자인과 마케팅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 10년전 경영을 시작했을 때 힘들었던 점은.

처음에는 골프도 몰랐고 경영도 몰랐습니다. 대표를 맡고 보니 회사에 경영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죠. “우리 물건이 이렇게 좋은데 왜 안 사지?”라고 생각만 하면 안 됩니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읽고 마케팅에 나서야 하는 데 당시에는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노무, 세무, 마케팅 등 하나하나 부딪치면서 배웠습니다. 마케팅은 지금도 어려운 숙제입니다.

- 여성 CEO라서 어려운 점은 없나.

여성 사업가는 대부분 비투지(B to G:기업과 행정기관 간 거래) 사업을 하는 데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의 정보 부족으로 인한 문제입니다. 남성사회는 학연, 지연이 강하고 정보 공유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만 여성들은 정보에 취약합니다.

저는 비투씨(B to 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이라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남성들의 선입견은 경험했습니다. 고객이나 기관을 상대하다 보면 “여자라서 잘 모를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골프사업은 기술과 과학이 만나는 영역이다 보니 여성에게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편견을 깨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지난 10년간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사람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 ‘라이프 사이클 맞춤 피팅’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국내 골프업체 중 유일하게 어린이를 위한 ‘주니어 피팅’을 도입하고, 6세부터 사용할 수 있는 유아용 골프클럽도 출시했습니다. 어려서는 ‘주니어 피팅’을 받고, 성인이 되면 ‘일반 피팅’을, 노년이 되면 ‘시니어 피팅’을 받을 수 있게 된 거죠.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잡고 와서 저희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 국내 최초로 파크골프용 클럽을 개발했다. 이유는.

파크골프는 공원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일본에서 1984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일종의 미니골프죠. 경제적 부담이 적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파크골프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제품 연구에 나서 전용클럽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남녀노소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골프문화를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 경영철학이 있다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꿈꾸면서 달려가는 아화골프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이 되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기업이 오로지 이익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착한 기업’을 좋아합니다. 사회적 가치에 부응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돈 벌면 사회와 나누겠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생산, 유통 과정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 사업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입니다. 학교에 있을 때는 사회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모진 풍파를 이겨낸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면서, 사람을 이해하고 사회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객들이 저희 신제품에 만족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오랜 시간 공들인 나의 상품이 잘 만들어져 나왔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 자기관리를 위해 신경쓰는 부분은.

사업가는 건강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업도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지만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했습니다. 여름에는 5시, 겨울에도 6시 전에는 일어나 그날의 주요 일정들을 정리하며 차분하게 하루를 준비합니다. 교사일 때는 야행성이었는데 지금은 아침형 인간이 되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아화골프를 좋은 기업,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후대까지 가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놓고 싶습니다. 나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후손들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술가들과 지속적으로 콜라보를 추진해 제품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여성의 감성으로 특별한 디자인, 특별한 기법을 활용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또한 여성친화적인 기업이 되겠습니다. 여성, 특히 경력단절여성을 많이 채용하려고 합니다. ‘엄마’들은 처음에는 자신 없어 하지만 기다려주면 무슨 일이든 해냅니다. 꿋꿋하게 아화골프를 지키는 사람은 엄마들이 될 것입니다.

- 창업에 도전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한마디.

두려움에 떨지 말고 도전하십시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자긍심을 갖게 되고 삶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뛰어들면 안 됩니다. 아이디어만 있다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행착오는 적을수록 좋습니다. 사업 계획, 시장 분석 등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창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구청, 시청, 중소기업청 등 창업을 도와주는 기관의 문을 두드리세요. 정보도 얻고 지원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창업에 대한 확신이 선다면 빨리 실행에 옮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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