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한국과 일본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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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한국과 일본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기를!
  • 가마노미끼꼬 (일본)
  • 승인 2021.01.12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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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59)

저는 8월말에 일본 친정집에 갔다 왔습니다.

비행기는 거의 꽉 차있었지만 반 이상이 한국인인 평소와 달리 승객은 대부분이 일본인이고, 그 외에는 중국인이나 외국인이 일부 탑승했을 뿐, 한국인의 모습을 찾지 못 했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표어가 이렇게 철저히 실천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니,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한일관계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 놀러 가는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늘었고,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K-pop과 한국 패션, 화장품을 좋아하고 한국문화에 동경을 가지고 한국어를 독학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에 한국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나와, 연말에는 레이더 겨냥문제와 저공비행문제로 한일관계가 급속히 안 좋아졌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일본이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 3개 품목의 수출 심사 개별화와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하자,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지소미아도 종료시키겠다고 발표해 한일관계는 최악이라 불릴 정도로 돼버렸습니다. 한국에서는 큰 시위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인인 제가 한국에서 사는 것은 힘들지 않느냐고 걱정해 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제 주변 한국 분들은 정부나 국가와 개인을 구별할 줄을 아시고 오히려 저에게 작은 선물을 주시기도 하고 식사를 사주시기도 하면서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소외감을 그다지 느끼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양국 정부와 미디어의 태도에는 실망을 느낍니다. 감정적으로 대립을 선동하지 말고 좀 더 현명하게 서로의 입장과 심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로 가능한 한 충돌을 피하고 우호관계를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국 간에 상당기간 이루어졌던 시민교류가 올해 많이 취소됐다고 들었습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치적 갈등을 경제나 안보, 시민교류 부분에까지 확대시키면 안 됩니다. 경제적으로도 서로 큰 손실만 있고 이익이 될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해서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고, 사고 싶은 것을 못 사는 것은 불편하고 불행한 일이 아닐까요? 그런 것을 해도 일반시민들이 힘들기만 하고 정치인들은 하나도 아쉬울 것이 없을 테니 말이죠.

저희 가정처럼 한일 국제결혼을 하여 양국을 아빠나라 엄마나라로 가지고 자라는 아이들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도 양국 정부와 미디어는 더 이상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친선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양국 민간인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더욱 우정 깊은 이웃이 되는 미래가 오길 희망합니다.

저희부부는 웬수같은 부부지만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살면서도 생각이 달라 ‘웬수야, 웬수’하면서 부부니까 꾸준히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왔고 그 밑에는 사랑이 깔려있습니다.

한국과 일본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아픈 역사의 기억도 있고 마음에 안 든 부분도 있죠. 그래도 나라가 이사 갈 수도 없고요. 그렇다면 측은지심(惻隠之心)으로, 상대방의 아픔, 상대방의 입장을 상상하고 동정하고 이해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좋은 이웃이 될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 한 명의 힘은 약하고 작지만 동참해 주실 분들이 힘을 모으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하여 당신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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