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그림 P9로 부모·자녀 모두 행복한 세상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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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그림 P9로 부모·자녀 모두 행복한 세상 꿈꿔요”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1.15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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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도전하는 여성들] 이성옥 나무와숲 대표

….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뜨겁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아동학대 사건.

우리나라 학대피해아동 발견율은 2019년 기준 인구 1000명당 3.81%로 OECD 최하위권이다. 호주 10.1%, 미국 9.2% 등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조기발견’을 외치지만 여전히 예방시스템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속되는 불안사회에 부모가 흔들리고, 우리 아이들이 흔들리고 있다.

“내 딸이 나와 똑같은 양육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동정서·행동관찰시스템 ‘아이그림 P9’를 개발한 ㈜나무와숲 이성옥 대표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시대에 부모와 아이가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보듬어주고 싶다”는 이 대표를 만나 우리 시대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여 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대학에서 아동복지학을 공부했다.

아들과의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4학년이 되면서부터 말도 하지 않고, 밥도 같이 먹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변하지 않았고 갈등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렸죠.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을 바로 보게 되자 아이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더 잘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막막했습니다. 길을 찾고 싶어서 대학에 다시 들어가 아동복지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치료를 전공했습니다.

- 아동정서관리 국내특허 1호인데.

아동심리와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간 상관성을 분석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2014년 7월 ‘아동심리와 부모 스트레스의 연관관계를 이용한 아동정서 관리 방법’으로 특허 출원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아이를 알 수 있는 방법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내가 아들과 갈등으로 힘들었듯이 자녀와의 갈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엄마들, ‘또 다른 이성옥’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연구·개발에 매달린 성과입니다.

- 2012년 나무와숲을 설립했다. 어떤 회사인가.

나무와숲은 아이들이 꿈꿀 수 있고, 양육이 즐겁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도록 돕는 회사입니다.

초창기에는 유치원,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통해 아동의 정서·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해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전받아 2018년 아동정서·행동관찰 자가시스템인 ‘아이그림 P9’ 시스템을 공동개발했습니다.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발달단계에 맞춰 행동특성, 정서, 애착관계, 자존감, 사회성 등을 관찰하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무와숲’에서 나무는 개개인과 아이를, 숲은 사회와 가정을 의미합니다. 개개인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하고, 아이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 아이그림 P9에 대해 설명해달라.

모든 관계는 자극과 반응을 나타냅니다. 부모의 스트레스가 위험 수준이면 아이의 그림에서 폭력성 등 위험요소가 보입니다. 아이그림 P9는 인공지능을 통해 이를 분석, 해결책을 찾도록 지원합니다. 2019년 조달청 벤처나라 혁신 조달상품 지정 및 시제품 구매사업에 선정되고 2020년 중기청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사업 돌봄분야 공급기업에 선정되는 등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현재 대전, 세종 등 7개 지자체와 공공기관·민간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의 경우 2019년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151개 사례에 대전육아종합지원센터, 유아교육진흥원 등 전문상담 기관과 2차 대면 심층상담을 연계했습니다. 아이그림 P9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 아동케어 모델입니다.

- 양육 스트레스 자가진단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관련 직·간접 사회비용은 2018년 기준 연간 76조에 달합니다. 아동학대를 줄여서 막대한 사회비용을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사는 데 써야 합니다.

지난해 대전시에서 아이그림 P9 서비스를 받은 부모들의 10%가 자발적으로 전문기관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문제해결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부모 자신이 자가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10%의 아동학대를 예방했다는 의미입니다.

- 부모와 교사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나를 이해해야 아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교사, 두 양육자가 본인을 가치있는 존재로 여기면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결국 부모와 교사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와 교사는 서로를 존중해줘야 합니다.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교육보다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는 한 사람을 아인슈타인으로 키울 수도 있고, 살인자로 키울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케어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아동학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개인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묵인하는 사회적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자녀의 문제를 부모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가정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다가 문제를 악화시키는 일이 빈번합니다.

우리는 2년에 한 번씩 신체 건강검진을 받고 아프면 병원에 갑니다. 하지만 정신 건강검진은 대부분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습니다. 이제 굶어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살, 살인 등으로 인한 사망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가 구성원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저변이 확대돼야 합니다.

-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주도성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세대입니다. 자기 주도성이 없으면 종속된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학력 격차가 심화됐다고 말합니다. 지금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에게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 주도성은 정서관리가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안정돼야 자기 주도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신기술 시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아이들을 창의적이고 역량있는 존재로 키우려면 정서적 안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여성의 사회 진출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경제력은 자존감과 맞닿아 있습니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여성들이 자신의 일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중 창업은 자신의 주체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유리천장이 있는 곳은 산업현장입니다. 사업은 남성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아직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 앞으로 계획은.

전국 5~7세 아동 120만 명을 모두 만나고 싶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영유아건강검진사업’은 ‘영유아심신건강사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정신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계속 논의 중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전국 50개 지자체에 아이그림 P9 보급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후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림을 통한 치매예측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내면을 투영하는 것으로 말과 글이 미숙한 유아와 노인에 효과적입니다. 치매 증후를 조기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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