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보다 맛있는 한과… 세계인의 디저트로”
상태바
“마카롱보다 맛있는 한과… 세계인의 디저트로”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1.22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벤처! 도전하는 여성들] 박희연 예주식품 대표

1978년부터 2대를 이어 전통 한과를 만들고 있는 업체가 있다. 대전 서구 도마동에서 40여 년 묵묵히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는 ㈜예주식품.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며 손수 한과를 만들던 시부모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한과업체로 우뚝 섰다. 해외에도 이름을 알려 수출 문의가 이어진다. 그 비결은 한결같은 맛과 건강한 재료.

“전 세계인의 식탁에 우리 한과가 오를 때까지 열심히 한과를 만들겠습니다.”

전통 먹거리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오늘도 작업모를 쓰고 직접 기계를 돌리는 예주식품 박희연 대표를 만났다.

- 고교 졸업 후 신발장사를 했었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은 대학에 갔지만 저는 제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집에서라면 난리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저희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자라면서 부모님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네 인생은 너의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죠. 저도 “남들 하는 사업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주신 대학등록금으로 무작정 신발가게를 인수했습니다. 저의 첫 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가게를 2년 반 정도 했습니다. 그러다 한계에 느끼기 시작했어요. 제 고향이 충북 제천인데 고향이 작게 느껴졌고, 사업을 잘 하려면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1년 정도 다시 공부해서 대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무역학을 공부했습니다.

- 한과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결혼한 지 3년 되던 2001년 시댁의 가업을 물려받았습니다. 대학 공부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동안 접어두었던 꿈을 다시 펼쳐보고 싶었지요. 창업을 하려고 적당한 아이템을 찾던 중에 시부모님의 한과 가게를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도마시장 안에서 장사를 하던 ‘한밭민속한과’는 1978년 문을 연 이후 맛으로 이미 입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시부모님이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온 뛰어난 한과를 전수받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한창 ‘신토불이’ 바람이 불던 때라 전통먹거리 사업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진 공장을 매입해서 가내수공업 제조방식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를 확대했습니다.

- 사업 초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시부모님이 하시던 일을 물려받아서 시작했지만 역시 사업은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두 분이 한과 만드는 방법은 알려주셨지만 기업 운영에 관해서는 몸으로 부딪히며 배울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가게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홍보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충북 출신이라 대전에 지연, 학연 등 인맥이 없었어요. 말 그대로 허허벌판에 서 있는 것 같았죠.

그렇지만 맛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 한과를 들고 관공서와 전국 각지 식품박람회를 찾아다녔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도 낮고 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직접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지요. 제품을 사줄 만한 곳을 찾아 동분서주한 덕분에 대전시청에서 운영하는 ‘TJ마트’에 입점하게 됐습니다. 차차 입소문이 나서 지금은 단골손님만 800명 정도 됩니다.

- 예주식품 한과 어떻게 다른가.

저희는 한과를 만들 때 물엿을 쓰지 않습니다. 시중 한과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지는 것은 물엿을 쓰기 때문이죠. 저희는 직접 12시간 이상 고아 만든 100% 국내산 쌀 조청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단맛이 과하지 않습니다. 

또 아몬드, 크랜베리 등 국내산이 없는 재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산 재료를 사용합니다. 생강은 직접 농사를 지어요. 방부제나 첨가물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인공색소도 사용하지 않고 백년초, 녹차, 단호박 등 천연재료로 색감을 냅니다. 이렇게 엄선된 재료로 건강한 맛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대를 이어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판로를 개척했다. 성공 비결이 있다면.

‘맛으로 승부한다’는 신념으로 맛있고 건강한 한과를 만드는 데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홍보입니다. 수년 간 국내외 유명한 박람회는 다 찾아다녔습니다.

노력이 빛을 본 걸까요. 심사가 까다로운 서울관광공사 한류매장 ‘K 스타일’에 입점되고, 서울역·대전역·동대구역 등에 있는 ‘명품마루’에도 제품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수출에 도전했습니다. 한류 열풍, 웰빙 열풍에 우리 한과가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요. 2016년 스페인에 편강 제품을 수출한 이후 시장을 넓혀 2018년에는 미국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독일,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베트남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 폐지 줍던 어르신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는데.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보면서 어떻게 도와드릴까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공장에서 나오는 박스를 모았다가 어르신께 드렸어요. 어르신이 고맙다며 보리밥도 싸다 주고 음료수도 가져다주고. 어르신을 장기적으로 도와드릴 방법을 찾다가 저희 공장에서 일하시면 어떨지 여쭤봤더니 그 자리에서 승낙을 하셨습니다.

주 5일 근무가 힘드신 어르신들을 위해 주 3일 근무, 시간제 근무 등으로 배려를 하는데 덕분에 더 많은 분들을 채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직원 7명 중 5명이 동네 어르신들이에요. 그동안 막일을 하시거나 일이 없었던 어르신들이 “평생 처음 4대보험이 되는 직장을 다니게 됐다”며 좋아하세요.

-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저희 직원 100%가 취약계층 경력단절여성, 고령자들입니다. 어르신들은 일손이 빠르지는 않지요. 하지만 전통음식에 저마다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요. 어르신들의 지혜와 ‘손맛’을 살려 편강, 부각, 식혜, 조청 같은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인내와 정성이 필요한 이 일이 제격인 것 같아요.

2017년에는 사회적기업인증을 받아 취약계층 어르신을 지속적으로 채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려운 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수익의 일부를 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장애인들과 한과만들기 무료 체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는데, 어르신들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들이 경로당이나 주간보호센터에 가는 대신 일을 하실 수 있다면 경제력도 생기고, 건강에도 좋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앞으로 계획은.

우리 한과가 전 세계인의 디저트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한과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해외 박람회에도 계속 참여해 우리 전통식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국내적으로는 '한과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서 한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카롱보다 맛있다며 외국인도 좋아하는 우리 전통식품을 우리가 외면하면 안 되죠. “우리 것은 소중하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