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사마천 ‘사기’와 엄동설한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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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사마천 ‘사기’와 엄동설한의 각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1.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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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위대한 역사서는 당연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입니다. 총 130권, 52만 6500자로 기록된 사기는 중국이라는 세계를 무대로 한 인간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온갖 인간 군상들을 소개하고 있고 여기서 유래하는 고사성어가 수없이 많습니다.

위대한 역사서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사마천 개인의 생각만은 아닙니다.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은 전한(前漢) 시대 사관이었습니다. 당시의 사관은 천문과 월력, 고전에도 능한 사람입니다. 그는 생전에 중국 최고의 역사서를 편찬하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습니다. 죽기 전 그는 아들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사마천에게는 자신을 시험하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한나라의 전성기 한무제(漢武帝) 때 태사령(太史令)이던 그에게 장군 이능(李陵)이 오랑캐라고 업신여겼던 흉노족에게 투항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능은 전쟁 중 포로로 잡히고, 흉노의 왕 선우(單于)는 적장이지만 그의 품격에 반하여 딸을 아내로 맞게 하는 등 최대한의 예우를 합니다.

사마천의 위대한 인품이 드러납니다. 사관은 절대권력자라 할지라도 눈치를 보면 끝입니다. 사마천은 서슬 퍼런 무제에게 이능을 홀로 변호했다가 노여움을 사서 남근(男根)이 잘리는 궁형(宮刑)을 당합니다. 당시 사대부에게 궁형은 치욕의 형벌로 형을 받기보다는 자결을 택합니다.

하지만 그는 오직 사기를 완성시키겠다는 일념으로 그 치욕과 굴욕을 견디며 삶을 지속하여 사기를 완성합니다.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매의 눈은 이렇게 하여 길러졌습니다. 한무제의 궁궐터는 빈 언덕으로 변했지만 사마천의 글은 해와 달과 함께 영원히 빛나고 있습니다.

1월은 매우 춥고 눈도 많이 내렸습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말 가운데 “겨울이 춥고 눈(雪)이 많으면 다음 농사에 풍년이 든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토양 상부에 덮인 눈이 겨울철 차가운 외부 공기를 막는 단열재 역할을 함으로써 토양 내 박테리아 등이 왕성한 분해 활동을 통하여 늘어난 이산화탄소와 광합성 작용을 하여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로 바꿉니다.

겨울이 매서우면 나무가 추위를 견디면서 스스로 더 단단해지고 균이나 벌레가 적습니다. 미물에 불과한 나무도 시작이 어려우면 각오도 남다릅니다.

사기를 쓴 사마천은 자신을 엄혹하게 바라보며 단련하고, 새로운 것을 열망하며 희망의 내일로 걸어갔습니다. 우리에게 일상은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와 같아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자신을 삼켜버립니다. 내일을 더 풍성하게 하려고 인간도 자연도 어제보다 오늘 더 강건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올겨울 엄동설한(嚴冬雪寒)으로 올 농사 풍년을 기대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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