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도 신호등을 지켜주세요”… 예절 선생님 된 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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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도 신호등을 지켜주세요”… 예절 선생님 된 전업주부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1.2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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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도전하는 여성들] 공주영 상림예다원 원장

“예절을 돈 주고 배운다고?” 영어·수학은 당연히 돈 주고 학원에 보내지만 예절교육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부모는 찾기 힘들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당장은 성적이 우선인 사회. ‘행복은 성적순’인 현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인성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을까.

“자동차가 신호를 안 지키면 사고가 나듯이 인간관계도 신호를 잘 지켜야 합니다. 예절이 바로 인간관계의 신호등입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후대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통예절에 대해 말하는 상림예다원 공주영 원장을 만났다.

- 전업주부였다. 예절·다례 교육 강사가 된 계기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교육비가 항상 부담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가 뭐라도 배워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독서논술, NIE 등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예절교육지도사’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인성교육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예절교육지도사와 다도사범 자격증을 딴 후 강사 활동을 시작했는데 벌써 23년째입니다. 적성에 잘 맞아서일까요. 저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 40대 초반 대학에 다시 갔는데.

예절·다도 관련 강의를 몇 년 하다 보니 강사로서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스스로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하면 할수록 제 자신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늦은 나이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요.

40대 초반에 원광디지털대학 차문화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해 학사과정을 졸업하고 다시 원광대학교대학원 한국문화학과 석사, 예다학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지혜로웠구나” 깊이 감탄했지요.

- 상림예다원을 소개해달라.

상림예다원은 2012년 8월에 개원한 한국의 전통예절 및 차(茶) 문화 교육원입니다. 다례원이 아니라 예다원인 이유가 있습니다. 예(禮)를 알고, 차(茶)를 알아야 합니다. 예가 우선입니다.

상림예다원에서는 현대인이 바른 마음과 몸가짐을 익히고 차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을 바탕으로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체험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절·다례 교육과 함께 우리 음식 만들기, 전래놀이, 옛 자연놀이 체험, 전통성년식 등을 진행합니다. 이 외에도 예비신랑·신부 교실, 태교 교실, 다문화가정 교실 등을 운영합니다.

-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대전시교육청과 MOU를 맺고 병설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인성·예절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성년식 행사도 진행합니다. 또 대전평생학습관, 한국효문화진흥원 등에서 예절전담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어르신복지관, 지역아동센터도 찾아가 예절·다례 교육을 합니다.

다문화가정 교육도 오랫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대전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전이주여성센터 등과 협력해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복 바르게 입기, 절 하기, 전통음식 만들기, 전래놀이 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 전통예절 교육 왜 필요한가.

우리 말 중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가장 중요한 도구이지요. 어처구니처럼 예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우리 전통예절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서구문화를 더 익숙하게 여깁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가요. 훌륭한 전통문화를 지키고 후대에 알리는 일은 어른세대의 사명입니다.

- ‘요즘 애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우리 교육현장의 문제점은.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묻지마 폭행’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인성·예절 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가면 예절교육이 왜 필요한지 절실히 느껴집니다.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부족합니다. 예절교육을 왜 받아야 하냐고 따지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만약에 영어·수학처럼 예절도 점수화하면 아이들이 열심히 배우지 않을까요.

‘사람 농사는 100년 농사’라고 했습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교육청 예절교육 관련 예산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람직한 명절 문화는.

후손들이 모여서 서로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게 명절입니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날이지요.

이렇게 즐거운 날 전통을 따르는 형식을 두고 가족 간 다툼이 생기는 일이 있습니다. 예부터 가가례(家家禮)라고 했습니다. 집안에 따라 저마다 다른 고유의 풍습과 예법이 있다는 뜻입니다. 조상들의 지혜처럼 우리도 각각의 풍습과 예법을 존중해야 합니다.

차례상 차리기도 너무 형식에 얽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전통의 본질은 변하지 말아야 하지만 형식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상을 기리는 마음입니다. 할아버지가 바나나를 좋아하셨으면 바나나를 올려도 됩니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 절 받으세요”는 잘못된 말입니다. “절 올리겠습니다”가 맞습니다. 올 설에는 꼭 이렇게 말씀하세요.

- 앞으로 계획은.

상림예다원을 전통예절교육관, 다도교육관, 전통놀이교육관, 전통요리교육관을 갖춘 전통문화체험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대전지역에서 전통문화를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전문 공간이 될 것입니다. 또 예절 선생을 하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 책으로 내고 싶습니다.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보람, 기쁨, 슬픔을 공유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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