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읽고 책도 펴내는 특별한 책방 만들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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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읽고 책도 펴내는 특별한 책방 만들고 싶어요 ”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2.19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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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나들이] 대전 유성구 지족동 ‘버찌책방’

※이 기사는 지역서점 활성화와 시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대전시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대전시 ‘지역서점 인증제’에 등록(☎042-270-3883)한 엄선된 서점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책방지기님, 점심 안 드셨을 것 같아 팥죽 사왔어요.”
“버찌이모, 오늘은 무슨 책 읽어줄 거예요?”

반석천변 작은 책방이 시끌벅적하다.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찾아오고, 부부가 함께 책을 고르고, 친구들이 소근소근 담소를 나누는 곳, 동네책방 버찌.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위치한 버찌책방을 찾으면 “오늘 이곳에서 마음밭에 책씨앗을 심었다”는 문구가 제일 처음 손님을 맞는다. 매일 책씨앗을 심고 가꾸며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책방을 조예은 대표가 지키고 있다.

조 대표는 동네책방을 “책을 파는 상점을 넘어서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고 말한다. 책과 손님, 책방 주인과 손님, 손님과 손님 사이에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몇 년 새 대전에도 동네책방이 골목골목에 조용히 생겨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이 참고서를 판매하는 것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네책방은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책방지기의 생각과 가치관이 책방의 고유성으로 나타나지요.” 조 대표는 동네책방마다 색깔이 다르고 찾는 사람들의 색깔도 다르다고 말한다.

서울 태생으로 결혼 후 대전에서 살게 된 조 대표는 ‘생활여행작가’로 알려져 있다. 책방을 운영하기 전 이미 ‘서른 살 독하게 도도하게’, ‘꿈의 직장 골드만삭스에서 꿈을 찾아 떠나다’,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한국외대 프랑스어과 재학 당시 프랑스 유학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에 들어갔지만 틀에 박힌 직장생활에 만족할 수 없어 퇴사했다.

조 대표가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곁을 지켜준 것은 책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었던 책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펴냈다. 글을 쓰고 독자와 만나는 기쁨을 통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았다. ‘더불어 읽고 책도 펴냅니다’를 내걸고 2019년 9월 버찌책방을 오픈했다.

버찌책방에는 트렌드를 반영한 에세이나 실용서, 경제·경영서가 없다. 물론 참고서도 없다. 책장을 채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문학 작품이다. 다양한 삶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담은 문학이 주는 힘을 믿고, 이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방지기의 색깔이 드러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문학이나 그림책도 많다.

독서모임도 책방지기의 색깔을 담고 있다. 조 대표는 독서모임에서 대화를 통한 자기치유를 추구한다. 독박육아에 지친 엄마, 미래가 막막한 청춘, 은퇴 후 길을 잃은 중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나 상처 하나씩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위로를 받는다.

버찌책방의 독서모임은 따뜻하고 위로가 된다고 말들 한다. 책을 읽고 무언가를 배우고 얻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사람이 성장할 뿐만 아니라 성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조 대표는 독서모임이 서로를 다독이며 내면이 건강해지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한다.

지난해 버찌책방은 첫 책을 출판했다. 남편 돌고래 작가의 첫 책 ‘출근길에 썼습니다’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남편이 출근길에 10분씩 스마트폰에 적어 내려간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내 하루를 살리는 10분’이라는 부제처럼 불안한 자신을 위한 생존형 취미인 읽기와 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올해 두 번째 출판을 계획하고 있다. ‘부부가 같이 읽기 좋은 책’ 10권을 뽑아서 부부가 같은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이야기를 엮을 생각이다. 조 대표는 책을 읽으며 대화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또 올해부터는 독서모임과 소모임의 대상과 프로그램을 세분하고 전문화한다. 상반기에는 초등학생 독서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자녀의 미디어 중독으로 고민이 많은 부모들의 하소연에 결심한 일이다.

집을 나서면 학교나 학원밖에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 조 대표는 집 근처에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책방이 있다면 책을 친근하게 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독서의 즐거움도 알게 될 거라고 말한다.

‘책과 사람’에 대해 쉼 없이 고민하는 조 대표가 동네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더불어 읽기’다.

21세기에 읽기는 단순한 리터러시(literacy)가 아니라, 책과 사람이 교류하며 다양한 해석으로 풍부해지는 리터러시가 되어야 한다며 “혼자서도 읽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한 발 나아가 더불어 읽으며 성숙하고 건강한 동네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어요”라고 소신을 밝힌다.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독서를 새해 목표를 삼았지만 작심삼일이 되었거나 시작도 못 하지는 않았는지, 대형서점을 찾았지만 책이 너무 많아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몰라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지는 않았는지…. 조 대표는 독서가 익숙하지 않고 자신 없으면 동네책방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책방지기의 전문적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2021년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한 권을 만나 책과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사람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올해 동네책방지기의 간절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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