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도시농업 찬가(讚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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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도시농업 찬가(讚歌)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2.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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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돌아보니 너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제대로 식사 한번 못하고 허둥대고, 졸음을 깨기 위해서 달콤한 자판기 커피만 뽑아서 먹었습니다. 웃음을 짓는 여유는 상실하고, 어느 날 거울을 보니 피로에 찌든 얼굴에 검버섯 몇 개가 훈장처럼 대신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페르디낭 호들러 作 '생에 지치다'
페르디낭 호들러 作 '생에 지치다'

스위스 출신의 페르디낭 호들러(1853~1918)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생에 지치다》의 그림 속에 긴 의자 다섯 명이 앉아 있습니다. 수행하는 복장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이들에게 삶이 너무 지루하게 보입니다. 사는 것이 수행이고 무엇인가 깨달을지 모르나 세월은 잔인하게도 젊음을 앗아간지 오래입니다.

마르크 샤갈 作 '산책'
마르크 샤갈 作 '산책'

이제 몸을 기계처럼 부리는 것보다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머리가 숨을 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벼운 산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마르크 샤갈(1887~ 1985)의 《산책》처럼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거니는 것보다 더한 행복은 없습니다. 세상의 인과관계에서 기계처럼 숨막히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느리고 느슨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더 사람 사는 맛이 있습니다.

산책은 자연과 가깝다는 뜻입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자연과 같은 녹색환경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도시에서 녹색환경은 공원이나 가로수, 절 같은 곳이 떠오릅니다. 이것은 바라보는 것이지 몸소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도회지 사람들은 정년 후에 시골에서 농사짓는 생활을 꿈꾸지만, 도시에서 살면서 농사일 같은 전원생활을 함께 즐기는 것이 도시농업입니다.

도시농업의 매력은 아주 많습니다. 우리에게 신선한 농산물과 꽃, 녹지를 제공합니다. 농사를 짓는 시간은 오직 몰입의 즐거움을 맛보게 합니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농작물은 생명의 신비를 가르칩니다. 밭에다 해바라기를 반 평만 심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 호강입니다. 파, 상추, 토란, 쑥갓, 가지, 무, 오이, 호박, 고구마, 감자, 땅콩은 키우는 재미만큼 먹는 재미도 있고, 이웃에게 소소한 정도 나눌 수 있습니다.

보여주는 농업에서 농사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직접 키우는 농업으로 바꾸어가야 합니다. 도시에 사는 분들은 마음만 먹으면 텃밭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농협이 그 길을 안내해야 합니다. 2021년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업학교를 다녀볼까 합니다.

며칠 전에 밭에 가보았습니다. 정월 보름이 지나고 올해 농사를 위해 밭을 갈 때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농사에 시간을 맡기면 1년이 후딱 지나갑니다. 찬란한 봄이 개봉박두(開封迫頭)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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