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에서 사업 힌트”… 뉴딜에서 길을 찾다
상태바
“정부 정책에서 사업 힌트”… 뉴딜에서 길을 찾다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3.19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벤처! 도전하는 여성들] 김은경 ㈜다인스 대표

“스스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어요.”

세상을 향한 안테나를 올리고 발 빠르게 내일을 대비하고 있는 김은경 ㈜다인스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워킹맘에 불안정한 계약직 신분으로 회사를 9곳이나 옮겨야 했다. ‘지인 찬스’ 없이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고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를 회사에 데려다 놓을 수 있으니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창업 후 6개월간 손에 쥔 돈은 80만 원뿐.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사업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그러다 김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질자원연구원 홈페이지 제작 일을 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문화재청 학술연구용역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후 서울시청 등과 문화유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애국심’이 발동해 국내 최초 방사성탄소연대측정 전처리 전문기업을 탄생시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질자원연구원에서 기술이전을 받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김 대표는 기로에 섰다.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야 했다.

“수년간 연구하고 투자해 일군 성과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문화유산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지난해부터 서천 송림항 어촌뉴딜300사업에 참여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주)다인스를 소개해달라.

홈페이지 제작 및 웹 프로그램 개발, 각종 프로모션 등 e비즈니스 업무를 수행하고 CI·BI 등 브랜드 제작, 캐릭터 디자인 등 디자인 업무와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내에서 발생하는 시료들을 측정하고 연구하기 위한 한국문화유산연구센터를 통해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R&D(연구개발) 사업을 운영합니다.

2013년 설립해 벤처기업, 사회적기업, 유망중소기업,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 등을 인증을 받았고 KOTRA 수출바우처 수행기관에도 선정됐습니다.

- 국내 최초 방사성탄소연대측정 전문기업이다.

문화재청 문화유산 향유 프로그램, 서울시 성저십리 문화유적 보존방안 연구 등 문화유산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당시 이 기술을 보유한 기관은 지질자원연구원 등 몇 곳뿐이었습니다. 당연히 측정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에 우리 문화유산 시료들이 외국 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통보하는 결과를 신뢰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든 거죠.

한국문화유산연구센터를 설립한 후 우수한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끈질긴 노력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기술을 이전받았습니다.

- 지난해부터 서천 송림항 어촌뉴딜300사업에 참여하는데.

송림항은 장항선철도, 서천IC가 인접해 접근성이 우수합니다. 이곳에 스카이워크와 산림욕장 등 하드웨어가 만들어지면 가족 휴양·체험으로 대규모 관광객 유치가 가능합니다. 낙후된 어촌과 어항을 연계하고 개발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어촌뉴딜300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장기적 발전방향을 수립해 지역사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죠.

하지만 어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낮고 어촌뉴딜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다인스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민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활성화, 고부가가치 실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역리더 양성, 주민의식 향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체류공간 확보와 도시민 유치 증대로 송림항이 활성화되도록 다양한 교육·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 주민교육 왜 중요한가.

대규모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하드웨어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만들어놓고 끝이 아니죠. 관광상품을 만들고 맛집, 체험학습도 개발해서 관광홍보사 등 일자리가 창출되면 마을생태계가 새롭게 살아날 수 있습니다. 어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살고 싶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렇지만 주민 참여가 없으면 목적을 이룰 수 없고 지속성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주민 한명 한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이해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마을기업을 만들어 주민들이 관광코스, 브랜드 상품 등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지역개발 관련 사업에 힘을 쏟는데.

금산 태봉마을 범죄예방디자인 설계, 전통시장 활성화 등 마을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보람이 큽니다. 낙후된 마을에 변화가 생기고 그것들이 주민들의 일상이 되고 삶의 질이 나아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죠. 행정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요. 문서나 지침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마을주민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이런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최대한 쉽게 강의하고 친근하게 다가가죠.

- 창업한 지 만 7년째다.

‘사업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인스는 ‘많은 인적자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돈 없는 ‘흙수저’는 인적 네트워크도 흙수저인 게 현실입니다. 흙수저로 태어나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인연이 된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합니다. 창업할 때부터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는 직원들도 고맙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업하면서 첫 고비가 왔을 때 지인이 보내준 위로의 글에서 이 문장이 가슴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 후로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 앞으로 계획은.

다인스만의 독자적인 아이템을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겠습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기술처럼 다인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아야죠.

빠르게 변하는 다각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시대의 흐름과 방향을 읽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겠습니다.

- 여성 후배들에게 한마디.

힘든 일이 생기면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맷집이 단단해졌을 때 사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수두룩한 게 사업입니다. 힘든 상황을 견디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