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이 살린 폐업 위기 그림책방 '동네 사랑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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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이 살린 폐업 위기 그림책방 '동네 사랑방'으로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03.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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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나들이]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프레드릭 희망의씨앗 협동조합’

※ 이 기사는 지역서점 활성화와 시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대전시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대전시 ‘지역서점 인증제’에 등록(☎042-270-3883)한 엄선된 서점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요? 0세에서 100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요.”

대전 신도심 원신흥동 주택가 골목 한쪽에 대전에서 유일한 그림책 전문서점 ‘프레드릭 희망의씨앗 협동조합’이 자리잡고 있다. 지역 서점 중 유일한 협동조합이자 예비사회적기업이다.

프레드릭 희망의씨앗 송희숙 대표는 ‘그림책 전도사’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한 딸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아이와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책방을 꿈꿨고, 송 대표는 딸과 함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다른 지역에는 있는데 대전에는 왜 없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해볼까?”

2017년 4월 15일 식목일에 문을 연 프레드릭 희망의씨앗은 그렇게 시작됐다. 단순히 그림책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그림책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유공간이 되기를 소망했다. 매달 새로운 주제로 그림책을 소개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운영했다.

하지만 운영은 쉽지 않았다. 1년을 고전하다 딸은 학교에 복직했고, 그 후 1년간 혼자서 힘들게 책방을 꾸려가던 송 대표는 월세기한 만료를 앞두고 책방 문을 닫기로 결심했다.

폐업을 앞두고 그동안 책방을 찾아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자 소식을 접한 단골 네 명이 찾아왔다. “대전에 그림책방이 생겨서 너무 기뻤는데 이렇게 사라지면 안 될 것 같아요. 힘을 모아서 같이 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프레드릭 희망의씨앗은 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여 ‘희망의 씨앗’을 심은 것이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림책에서 받은 위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협동조합 전환 후 행운이 찾아왔다. 한남대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공모전이 1주일 남아있었고 열심히 준비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이어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도 했다.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찾았는데 목원대 명예교수가 주인인 건물에 자리가 나고, 교수는 책방이 들어온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흔쾌히 승낙했다. 신용보증기금에서 전세금을 마련하고, 유성구 공유공간으로 선정돼 인테리어 비용도 지원받았다. 그리고 2019년 8월 대전시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됐다.

행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성구 전문인력 지원사업 덕분에 전문직원도 고용할 수 있게 됐다. 문학과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한 박하늬씨는 말 그대로 ‘복덩이’였다.

그는 전국단위 공모사업인 심야책방, 문화가 있는 날 동네책방 문화사랑방뿐만 아니라 와글와글 유성동네학당, 유성구 마을공동체 사업, 대전문화재단 예술동아리지원사업, 희망의책대전본부 책잔치한마당 등 다양한 사업을 따내고 기획·운영한 일등공신이다.

프레드릭 희망의씨앗은 이들 사업 외에도 6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직 교사, 어린이집 교사, 심리상담사 등 다양한 이력의 협동조합 이사들이 직접 운영한다. 책방 손님으로 왔다가 강사가 되기도 한다. 그림책 소풍, 그림책 하브루타, 그림책 테라피, 파란 시간을 아세요?, 와작와작 그림책 먹는 아이들, 아침독서토론 등에서 매월 1~2회 정기적으로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눈다.

‘그림책 소풍’은 그림책 낭독회다. ‘그림책 하브루타’는 성인대상 하브루타 모임이다.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한다’는 하브루타의 뜻처럼 1:1로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상대 이야기에 집중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그림책 테라피’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어른은 왜 그림책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일까?’하는 질문에서 처음 시작한 ‘그림책테라피’는 그림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는 평일 저녁,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그림책을 만날 수 있다.

‘와작와작 그림책 먹는 아이들’은 7~9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미리 정한 그달의 단어나 문장을 통해 그림책을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의 감각을 열어준다. ‘아침독서토론’은 육아 중인 부모, 직장인 또는 아침 시간을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토요일 오전 6시 30분에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에도 줌(ZOOM)을 통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만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찾은 방법이지만 좋은 점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참여하면서 공간적 경계가 사라진 것이다.

동네 그림 책방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송 대표는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전집을 많이 사줬는데 그중 몇 권만 보게 돼요. 그림책은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낱권으로 살 수 있죠. 하지만 대형서점은 책이 포장돼 있어 원하는 책을 고르기가 힘든데 동네 책방은 아이들이 직접 책을 들여다보고 살 수 있어서 좋아해요.”

프레드릭 희망의씨앗은 현재 1000권 이상의 그림책을 보유하고 그림책을 통해 독서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 마을공동체사업을 펼치며 주민들이 누구나 편하게 동네 사랑방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올해 계획을 묻자 송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첫 번째로 꼽았다.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통해 공간 대여료를 지원받는다면 책방을 확장할 생각이다. 그림책 판매와 프로그램 운영 공간을 구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박하늬씨에게도 물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취약계층 참여를 확대하는 등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한다. 신규 공모사업에도 도전하고, 주변 공방들과 협업도 이어갈 생각이다. 지난해 그림책 읽고 쿠키 만들기, 임산부와 모빌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동네 책방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을 주로 이용했죠.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동네 책방에 많은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는 동네 책방은 책을 만날 수 있고,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속에 따뜻한 위로가 있다고 말한다.

“주저하지 말고 동네 책방 문을 활짝 열어보세요.”

네 번째 ‘식목일 생일’을 앞둔 프레드릭 희망의씨앗이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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