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들꽃과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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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들꽃과 앵무새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4.05 1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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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손바닥만 한 작은 꽃밭에도 온갖 꽃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핀 유채꽃도 다시 피어 있고, 꽃집에서 사다 심은 튤립도 겨우내 죽지 않고 빨간 봉우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가을에 심은 노란 수선화도 단정한 여고생처럼 산뜻하게 피었습니다.

문제는 어딘가에서 바람에 날아와서 피어나는 들꽃입니다. 노란 ‘민들레’는 참 질기기도 합니다.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도 합니다. 잡풀처럼 보이는 작은 하늘색 ‘봄까치꽃’이나 두해살이 하늘의 별 모양의 흰색 ‘별꽃’, 소들이 먹는다는 ‘쇠뜨기’ 줄기도 힘차게 피어납니다.

그런데 그런 들꽃들이 자신이 심은 꽃들을 방해할까 봐 자신도 모르게 미운 눈길을 보냅니다. 자기가 심은 꽃들과 큰 차이 없이 꽃밭을 아름답게 수놓아도 어딘지 풀로 여겨져 캐서 내버리려고 합니다. 누구에게 해를 주지 않고 다른 모양의 꽃으로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닌다 해도 무시당하거나 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들꽃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하고 황당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성경만큼 영향이 있는 하퍼 리(1926~2016)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정의감이 투철한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가 공기총 쏘는 법을 배우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남부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던 시절에 인종차별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내용입니다. 죄 없이 인간을 위해 노래하는 앵무새가 바로 흑인입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백인들이 이유 없이 무고한 흑인들을 증오하고 폭행합니다. 약자인 흑인도 미국이라는 공동체에 함께 모여 사는 하나의 인간입니다. 그들은 공동체에 많은 노동력과 편의를 제공합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의 딸이 고백합니다.

“아빠의 말이 정말 옳았습니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흑인 래들리 아저씨네 집 현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우리가 짓는 농사에서 풀은 한편으로 성가신 존재입니다. 그런데 마냥 증오만 해야 하는가 짚어봅니다. 들꽃도 하나의 꽃입니다. 들꽃을 정말로 이해하려면 그 꽃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할 것이고, 산책길의 어느 누군가에게는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줍니다.

요즘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와 폭행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정 인종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테러입니다. 선한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하여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입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결에서 서서히 만들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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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호 2021-04-05 14:29:45
요즘 미국에서
흑인들의 폭동을 보면...

정말... 백인으로부터
차별과 불평등을 받았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볼줄도 알아야
인간이 아닐까요?

선한 약자인 아시아계인들에게
되풀이하는 증오와 폭행은...
교육열도 부족하고
사고와 행동 할수 있는
능력까지 모자란
무식함이 아닐까요?

더이상의 사고없이
우리교민...
아니 세계인 모두가
평온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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