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30년, 이제는 정책 촉진자로”
상태바
“여성인권 30년, 이제는 정책 촉진자로”
  • 이호영 기자
  • 승인 2021.04.09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동네 시의원] 채계순 대전광역시의회 의원

“제 역할은 정책 촉진자입니다.”

20대 초반 여성인권운동에 뛰어든 지 30여 년.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조차 희미했던 시절, 수많은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아무 말 못하고 숨죽여 지내야 했던 여성들을 위해 그동안 단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싸워왔다. 가정폭력, 성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들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 흘린지도 30년이 넘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인생의 항로를 바꾼 건 바로 제대로 된 정책 없이는 현실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의 결정은 옳았고, 그는 지금 150만 전 대전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 시대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권리를 위해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전시의회 채계순 의원을 만나봤다.
 

- 20대 초반부터 여성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는데.

어려서부터 가부장적인 할아버지 밑에서 여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가서 현재 충남도교육감으로 있는 김지철 선생님을 만났고, 좋은 책을 소개받고 함께 고민을 나누며 어렴풋하게나마 내 삶의 길에 대한 방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학도 사회학과를 진학했고, 바로 ‘여성학연구반’이라는 교내 서클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여성문제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죠. 그러면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기자가 돼야겠다는 꿈을 키웠는데,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이 절정에 달하면서 언론사에서도 사회학과 출신은 ‘골수’라고 뽑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졸업을 앞두고 대전여민회 창립 멤버로 뛰어들었고, 이후 상담실장·성과인권위원장·공동대표를 거쳐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소장, 대전여성자활지원센터장, 대전여성단체연합회 정책위원장 등 지금까지 30년 넘게 여성인권운동 현장을 뛰고 있네요.(웃음)

-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던 시절 여성인권운동,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여성인권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 성폭력·가정폭력 문제이고 대부분 법정까지 가는데, 당시는 판사·변호사도 성평등 의식이 거의 없었으니 성인지적 판결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법과 제도가 갖춰진 지금도 불평등, 여성혐오, 남성 및 기득권과의 싸움이 여전한데 당시는 어땠겠습니까. 돌아보면 사명감 하나로 지금까지 싸워온 것 같네요.

-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992년 천안에서 대학을 다니던 여성과 남자친구가 9살 때부터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성폭행 한 계부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들을 구명하기 위해 여민회를 중심으로 지역 내 여론형성에 나섰고, 결국 전국 연대까지 결성됐습니다. 이후 ‘김보은 김진관 사건 공동대책위’가 구성되고, 22명의 무료 변호인단도 꾸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1993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는 직접적 계기가 됐는데, 그 씨앗이 바로 우리 지역에서 시작됐다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2003년에도 한 여성이 3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당방위냐, 아니냐’ 사회적 논란이 크게 증폭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대전지역 최초로 여성단체 연대 만들어 대응하고, 현재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변호사와 함께 집행유예를 이끌어냈던 기억이 납니다.

- 인권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인권은 성별과 나이, 인종과 지역, 노동과 계층 등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입니다. 특히 우리는 가정과 일터,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수시로 뒤바뀌는 권력관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인권’이 정규 학교 교과목으로 편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모든 색에 차별과 경중이 존재하지 않듯, 사람도 한 명 한 명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가치를 지닌다는 인식이 자리잡힌다면 여성, 소수자, 이주민, 노동자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각 분야 갈등과 차별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 현실정치엔 어떻게 뛰어들게 됐나.

이제는 젊고 시대감각이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워줘야 하겠다 싶어 여민회 대표를 마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마을운동을 할 생각이었는데, 2018년 충남지사 사태가 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젠더폭력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제도권 내에서 여성정책을 발굴하는 일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수락을 했죠.

마침 지방선거가 진행됐고, 비례대표 시의원으로서 그동안 해왔던 일을 정리하고 제도화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여졌으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시의원이 되고 의정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비례대표이다 보니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청소년, 노인, 아동 등 보다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과 입법으로 활동범위가 넓어졌습니다. 특히 시대적 아젠다로 자리잡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후·환경위기 대응, 청년문제 해결과 관련해 대전시 행정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와 발맞춰 제대로 된 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무엇보다 30년 간 여성인권운동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과 행정 간 오해와 간극을 해소하는 다리 역할, 여성·환경·복지 등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방향 제시하는 정책 촉진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공직사회가 유연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도 보였지만, “수혜자가 누구인지 그걸 먼저 생각하자”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했더니 이제는 오히려 먼저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통에 갈수록 일이 늘어나고 있네요.(웃음)

- 예결위원장으로서의 역할도 막중하다.

대전시 예산이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고 시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조율하는 것이 예결위의 역할입니다. 특히 각 상임위에서 검토한 예산안에 대해 서로 충돌하는 부분은 없는지, 한쪽으로 치우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죠. 위원장으로서 8명 예결위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로 협력해 시민의 세금이 시민을 위해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사실 관행과의 싸움입니다.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그동안의 무관심하거나 미뤄놨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권리를 회복하는 일이죠. 하지만 이제는 인권, 분권, 환경, 평등, 공정이 시대적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챙기고 행동하는 그런 정치인 되고 싶습니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구에 도전하나.

모든 것은 순리에 따라 결정할 것이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선을 해서 지금까지 추진한 일과 제도가 잘 정착되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 싶습니다. 대전이 여성과 인권을 넘어 시민 모두의 일과 삶이 행복해지고, 전국에서 부러워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채계순 의원 프로필

▲선거구 : 비례대표

▲소속정당 : 더불어민주당

▲학력 : 광덕초, 광풍중, 천안여고,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경력

- 제8대 대전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현)

- 대전여민회 여성상담실장(전)

- 대전여민회 성과인권위원회 위원장

-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소장

- 대전여성자활지원센터 센터장

- 대전여민회 공동대표

- 대전광역시 유성구 여성친화도시조성위원회 부위원장(전)

- 대전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

- 대전지방법원 시민사법위원회 위원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공공기관 폭력예방교육 현장컨설팅단

- 대전광역시 예산참여주민위원회 운영위원

- 대전광역시 여성친화도시추진 지원단

- 대전·세종상생포럼 운영위원(현)

- 사단법인 ‘공공’ 운영이사

- 대전광역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확충지원위원회 위원

- 대전광역시 여성가족원 운영위원회 위원

- 대전광역시 서구 균형발전위원회 위원

- 대전광역시 유성구 여성친화도시조성위원회 부위원장

-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