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연저지인’ 고사와 농협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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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연저지인’ 고사와 농협의 전략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4.20 09: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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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에서 오기(吳起)는 장군이지만 병사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합니다. 똑같이 먹고 입었으며, 누울 때도 자리를 깔지 않았고, 행군할 때도 수레에 타지 않았습니다. 또한 자기가 먹을 양식은 자기가 가지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종기를 앓는 병사를 위해 고름을 빨아주었습니다. 그 병사의 어머니가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탄식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의아해서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아들은 일개 병사에 지나지 않는데, 그런데도 장군이 친히 종기의 고름을 빨았다는데, 어찌 슬퍼한단 말이오?”

그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지난날 내 남편이 종기로 고생할 때 오기 장군이 고름을 빨아준 일이 있답니다. 그 일에 감격한 남편은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끝내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오기 장군이 내 아들의 고름을 빨아주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그 아이가 틀림없이 또 전사할 것을 생각하니 슬퍼집니다.” 오기 장군의 섬기는 리더십이고 지극한 사랑입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소비 행태의 변화가 뚜렷해졌습니다. 홈코노미(Homeconomy)와 로컬리즘(Localism), 디지털화입니다. 집에서 소비를 즐기면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동네에서 소비하고, 디지털 기반 무인점포와 영상과 채팅을 수단으로 한 비대면 마케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지역농협은 새로운 소비패턴에 매우 당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에 취약합니다. 비교적 연령이 높은 조합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역 밀착 소매금융을 주로 하고, 하나로마트에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시스템입니다.

카카오(Kakao)나 네이버(NAVER) 같은 정보통신 업체가 인터넷 전업 금융기관으로 이미 진출하여 있고, SNS를 수단으로 주문 판매하는 쿠팡(Coupang)이 전국에 물류시스템을 마련하여 자체적인 배송인력을 통해 상품을 고객에게 빠른 시간 내에 직접 배송하여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의 앱으로 다른 금융기관의 계좌를 자유롭게 조회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인 오픈뱅킹(open banking)은 현재의 금융시장 판도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존 고객 지키기가 급선무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고객들로부터 어떤 변화나 유불리가 있어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충성고객을 확보해야 합니다. 종기를 직접 빨아 주는 어진 마음이란 뜻의 ‘연저지인(吮疽之仁)’처럼 섬기는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오기 장군은 나라를 지키는 것은 험준한 산하(山河)가 아니라 지도자의 덕치(德治)라고 말합니다.

시장 지배력을 지키는 일은 빼어난 수단이나 기술보다도 마음을 다하는 정성입니다. 오기 장군이 부하의 고름을 빨아 주듯이 정성스럽게 고객을 대하면 적진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병사처럼 고객들이 자신의 이익을 떠나 우리를 찾을 것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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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호 2021-04-21 15:51:55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경영현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도태되는 기업들도 있지만,
또한,
도태되는 기업과 달리
날개를 달고 활보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매출신장을 위해서는
차별화와 충성고객
확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조합장님께서 동대전농협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시고,
노력하심이 보입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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