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협의 본질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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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협의 본질과 가치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4.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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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가 말하였습니다.

“화살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여 어찌 갑옷 만드는 사람보다 착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느냐만 화살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화살이 사람을 상하게 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갑옷이 화살에 뚫려서 사람이 상할까 봐 걱정한다. 무당(巫堂)과 장인(匠人)도 역시 그러하다. 무당은 사람의 병이 낫지 않을까 걱정하고, 장인은 관(棺)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아서 관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때문에 직업(職業)의 선택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은 본성은 착하지만(性善說) 하는 일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에 어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진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문고 형식의 쉬운 영어로 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서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 대한 인상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어느 날 절친으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안토니오 역시 수중에 돈이 없었지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기로 합니다.

장사를 방해하는 안토니오를 눈엣가시로 여겼던 샤일록은 이를 기회 삼아 조건을 제시합니다.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의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부근의 살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살은 베어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라고 꾀를 내서 위기를 모면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입니다.

지역농협에서 주 수입원은 대출이자로 받은 수익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조합원의 농업활동을 지원합니다. 국민이 내는 세금을 가지고 쓰는 업무에 익숙한 저로서는 버는 일에 아직 미숙합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는 아니지만 받는 이자수입을 가지고 경영하는 처지에서 가끔은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맹자의 말씀대로 심성이 아무리 착해도 하는 일로 마음이 가는 대로 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질입니다. 본질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농협은 가치지향적인 조직입니다. 그 본질이나 가치를 망각하면 수단인 금융사업도 단순한 이자놀이에 불과합니다. 기타(guitar)를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기타 회사는 다 망했고, 본질인 음을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기타 회사는 살아남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본질은 우리가 일을 할 때 잊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단어입니다. 농협은 농업·농민·농촌을 위한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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